가수 현철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봉선화 연정' 등으로 1980∼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트로트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이 15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과거 현철의 매니저를 지낸 작곡가 정원수는 16일 연합뉴스에 "현철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42년생인 고인은 고향인 부산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거센 부산 사투리로 TV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자랑하는 모습은 지금도 많은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현철은 1966년 '태현철'이라는 이름으로 첫 음반을 내며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세간에는 1969년에 데뷔했다고 알려졌지만, 3년 앞선 1966년 대도 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첫 음반 '무정한 그대'가 있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철은 1966년 데뷔 이후 1967년과 1968년에도 잇따라 음반을 발표하며 활동했지만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이 무명 가수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현철은 그러던 중 1979년 작곡가 박성훈과 '벌떼들'이라는 이름으로 팝송 '아이 워즈 메이드 포 댄싱'(I Was Made For Dancing)을 번안한 '다함께 춤을'을 발표했다.
이후 '현철과 벌떼들'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며 1980년대 들어 비로소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과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의 히트곡을 내는 데 성공했다.
현철은 1987년 솔로로 전향해 '백년해로', '사랑의 가방을 짊어지고' 등의 노래로 정상급 가수로 도약했다.
가수 현철의 초창기 음반들
가운데 위 음반이 현철이 '태현철' 이름으로 1966년 대도에서 발매한 첫 앨범.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그가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은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 봉선화라 부르리 / 더 이상 참지 못할 그리움을 / 가슴 깊이 물들이고"라는 절절한 가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철은 이 '봉선화 연정'으로 1989년 KBS '가요대상' 대상을 품에 안았으며 이듬해인 1990년에도 '싫다 싫어'의 히트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가수 현철
[연합뉴스 자료 사진]
'싫다 싫어'는 귀에 맴도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싫다 싫어 꿈도 사랑도∼ / 싫다 싫어 생각을 말자∼'"라는 가사로 30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애창되는 그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다.
현철은 1989년 '가요대상' 대상을 받고서 감격에 겨워 오열한 뒤 "정말 팬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며 "한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한 달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걸. 가요계 생활 20년인데, 살아생전 제가 불효해서 아버님께 정말 죄송하다"고 소감을 말해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로도 '사랑의 이름표', '아미새' 등의 노래로 승승장구했다.
현철이 1998년 발표한 '사랑의 이름표'는 구성진 멜로디와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 이 세상 끝까지 나만 사랑한다면 / 확실하게 붙잡아'라는 기억에 남는 가사로 크게 히트했다.
현철과 벌떼들 시절 음반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철은 2010년대까지 신곡을 내며 활동했으나 2018년 KBS '가요무대'에 출연해 히트곡 '봉선화 연정'을 부르는 도중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걱정을 샀다.
현철은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해 오랜 기간 투병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때문에 방송인 송해와 가수 현미의 장례식에도 함께 하지 못했다.
현철 솔로 음반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평소 성격이 느긋하고 집념이 강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 그의 성공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고인이 활동하던 1980∼90년대는 트로트가 '성인가요'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구분되던 시기인데, 그런 풍토에서도 트로트의 명맥을 잇는데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애경씨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8시 20분.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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