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나선 트럼프와 해리스
[필라델피아 UPI=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후보TV토론은 대선 후보로서 처음 TV토론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나름대로 선전한 무대였다는 점에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CNN 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날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의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했다는 응답자(37%)보다 많았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체로 기존에 해오던 주장들을 반복했다.
앞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이 대대적으로 불거진 바이든-트럼프 토론 맞대결 때처럼 특정 후보의 실수나 열세가 두드러졌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두 후보 진영 모두 자신의 우세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대선 토론에 관한 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최소한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양상이다.
3번째 대선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통산 7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 나섰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후보 TV토론에 관한 한 '신인'이었다. 더욱이 해리스 부통령은 7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이후 '단기필마'로 대선 후보가 된 터라 과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칙적 공세와 노련미를 감당할 내공과 준비가 돼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아직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일부 무당파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이번 토론을 그동안 충분히 보아온 트럼프보다는 해리스에 대해 평가할 기회로 간주하는 측면이 더 클 것으로 보였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세에서도, 언변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작부터 먼저 손을 내밀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당당함을 보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기소와 성폭력 의혹, 독재자와의 개인적 친밀함 등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중앙 정치 무대로 뛰어들기 전까지 검사로 일했던 경력이 무색하지 않은 공격력이었다.
'해리스가 승리하면 총기 전면 금지를 추진할 것'이라는 취지의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자신의 총기 보유 사실을 소개하며 "거짓말 좀 그만하라"고 몰아세운 대목은 이날 해리스 측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심은 대선을 50여일 남긴 상황에서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토론을 계기로 다시 지지율 상승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에 쏠린다.
해리스 부통령은 6월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한 직후 트럼프 쪽으로 승기가 넘어간 듯했던 대선의 판세를 다시 박빙 구도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그녀의 선전은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드라마틱한 피격 사건을 겪으며 마치 대통령이 다 된 듯한 분위기였는데 이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지지자들에게 활력과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렇지만 최근엔 다시 지지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듯한 모습을 보이며 대선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내비치고 있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 대학과 함께 지난 3∼6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도는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게 오차범위내 열세를 기록한 것은 해리스 캠프에 위기의식을 갖게끔 했다.
결국 이번 토론에 대한 평가까지 반영할 향후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상승세가 후보 교체에 따른 '반짝 장세'가 아니었음을 보여줄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화당 진영의 강력한 프레임 공세 속에 형성된 해리스 부통령의 '강경 좌파', '과격한 진보' 이미지가 이번 토론을 계기로 얼마나 중화됐을지가 지지율 변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토론에서 보여줬듯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다수 입국 문제와 고물가 문제 등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연대책임'을 강조하며 공세의 날을 더욱 벼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간 2차 TV토론 성사여부가 미지수인 가운데, 내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발표와 맞물린 대선 때까지의 단기적 미국 경제 상황과, 꼬여가는 가자 전쟁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도 박빙 승부에 일정한 영향을 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TV토론에서 현재의 초박빙 대결세를 뒤엎을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당장 오는 16일부터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일부 주를 시작으로 본격 전개되는 사전투표 표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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