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개발이 한 번 좌초되면 시행사뿐 아니라 보증을 선 건설사, 돈 빌려준 금융기관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시행사가 자기 돈은 3%만 갖고도 빚을 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인데, 정부가 이걸 고치겠다고 대책을 내놨습니다.
노동규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지하철 합정역 인근 대지입니다.
약 390평에 달하는 역세권 땅이지만 잡초와 쓰레기만 무성합니다.
[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사 : (대출을) 다 저축은행에서 받았더라고요. 이자 감당을 못한 거죠. 건축비가 너무 많이 오르고 인건비 오르니까 못 한다, 수익이 안 나온다, 그 얘길 하더라고요.]
4년 전 법인 3곳이 지분을 나눠 취득해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으려 했는데, 사업성이 떨어져 토지 담보로 빌린 부동산 PF를 갚지 못했고, 결국 삽도 못 떠본 채 경매로 넘겨졌습니다.
[매각 주관사 관계자 : '기한이익상실'(EOD)이거든요. (대주단의) 공개 매각 요청이 들어와서 공개 매각이 시작된 거고요.]
현행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사업비의 3~5%에 불과한 자본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빚을 내 진행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영세 시행사가 미래 수익을 담보로 대출받아 땅을 사고, 건설사 보증까지 끌어들여 다시 빚을 내 빚을 갚는 고위험 개발로, 부실은 시행사와 건설사, 금융권으로 전이됩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는 시행사들 자기자본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낮으면 금융권 심사 과정에서 위험가중치를 둬 PF 대출을 어렵게 합니다.
반면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많이 들어간 사업장에는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토지주가 땅을 현물 출자해 사업에 참여할 땐 과세 시점을 늦춰주는 등의 유도책으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20%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박상우/국토교통부 장관 : 고금리 대출 구조에서 자본 투자 방식으로 전환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보증에 의존하는 대출 방식에서, 면밀한 사업성을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영세 시행사의 도산을 막기 위해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둬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입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 건)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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