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댁들이 아주 가벼운 바지 두 벌을 보내 줬는데요…" "네, 각하."
바지를 선물한 의류 회사 사장에게 존슨 대통령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새로 여섯 벌을 지어 보내달랍니다.
"내가 벌거벗고 백악관을 돌아다니지 않길 바란다면 옷을 보내주는 게 좋을 거요."
어디를 어떻게 재단하라고 5분 가까이 주문합니다.
"주머니는 적어도 1인치 길게 하고…거시기가 늘어진 가랑이 부분이 꽉 끼니까 넉넉하게…"
요즘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요.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카펫 선물을 받았다가 반납해야 했습니다.
"토블론 초콜릿과 담배 한 갑을 샀지만 모두 갚았습니다."
살린 스웨덴 부총리는 초콜릿 바를 정부 법인카드로 샀다가 물러났습니다.
"정치 검찰을 이용해서 치졸하게 폭력적인 보복 행위를…"
법인카드 의혹으로 소환 통보를 받았던 이재명 대표, 끝내 응하지 않았습니다.
초밥, 과일, 샌드위치, 세탁비에 관용차 사적 사용까지… 1억 원 넘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그를 보며 또 한 사람, 숨진 이를 떠올립니다.
그는 경기도 산하기관 비상임 이사 였습니다. 김혜경 씨 법카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세상을 등졌지요. 이 대표 주변에서 의혹의 실마리를 쥔 채 떠난 네 번째 사례입니다.
그의 명의로 된 개인 카드로 결제하고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결제한 기록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김 씨 수행비서 배 모씨 집에 세 들어 살았습니다. 이 대표 대선 경선 캠프에서 운전기사로 일했습니다. 백 번 양보해도 이 대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지자들이 그의 사망 기사에 '좋은 댓글을 달아 주겠다'고 하자 이 대표가 답글을 붙였지요. '고맙잖아.'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무당의 나라여서 엮는 것이냐"고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민권익위가 관용차와 예산 유용에 이르는 광범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던 겁니다.
이제 이 대표는 다섯 개 법정을 오가야 합니다. 하늘에서 재판을 지켜볼 이가 한 분 더 늘었습니다.
11월 20일 앵커칼럼 오늘 '영혼들이 방청하는 법정'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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