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기소를 비판하면서 브라질 룰라 대통령을 거론했습니다. 룰라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대표가 언급한 건지 적절한 비교인지 김주영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재명 대표가 룰라 대통령 얘기를 꺼냈는데 어떤 의미에서 나온 겁니까?
[기자]
이재명 대표는 어제,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로 자신을 기소한 것에 대해 비판했는데요. 일선 부서에서 사용한 법인카드나 예산집행을 이 대표가 알았다는 증거가 없는데 자신을 기소했다며, 브라질 검찰이 룰라 대통령을 기소하며 했던 주장과 똑같다고 했습니다.
[앵커]
마찬가지로 억울한 상황이란 건데, 룰라 대통령은 어떤 일을 겪은 건가요?
[기자]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좌파의 대부로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인데요, 퇴임 이후 이른바 '세차 작전'이라고 불린 브라질의 대규모 부패 수사에 연루됐습니다. 무려 6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중 대형 건설사에게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수감됐습니다. 당시 브라질 검찰은 아파트가 룰라 명의는 아니지만 룰라 가족의 요청대로 아파트를 개조했다는 건설사 내부 문건을 증거로 내세웠고, 룰라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주란 증거가 없다며 반박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또다시 대선에 출마했는데, 재판에서 이긴겁니까?
[기자]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습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 우리로 치면 헌법재판소가 2심 재판만으로 수감하는 건 위헌이라고 판단해 580일 만에 석방 됐고, 2년 뒤에 실형 선고가 모두 무효화됐습니다. 혐의 자체가 '무죄' 판결이 난 건 아니고요. 절차상 문제와 판사의 공정성 논란이 있어 재판 전체를 무효로 하겠단 거였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이듬해 3선에 성공했는데요. 이 대표로서는 사법리스크를 극복하고 대선에 성공한 룰라 사례를 들면서 앞으로 정치 행보에 대한 결심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룰라 대통령의 당선 전후로 브라질은 정치사회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겠어요?
[기자]
네, 2022년 대선 직후 상대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자들이 브라질 국회와 대법원,대통령궁을 점거하는 폭력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룰라 대통령과 상대 후보 득표율은 1.8%포인트 차였는데요, 상대 진영에서는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룰라를 풀어줬다고 비판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앵커]
우리도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긴 하지만, 브라질과 비교하는 게 적절한가 싶어요?
[기자]
네, 민주주의 발전 척도 중 하나로 정치 안정성지수가 있는데, 브라질은 마이너스입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폭력 사태 가능성이 높단 뜻입니다. 부패 인식지수도 크게 떨어져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 발전 정도도 다르고 역사적, 정치적 환경도 다른데 우리와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 지적입니다.
하상섭 /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교수
"브라질은 법의 정치 이게 아니고 대부분 국가적으로 큰 사건들에 대해서 되게 여론이나 민심을 보고 판단을 하거나 그런 경향이 세다고 하는 거죠."
[앵커]
네 트럼프에 이어 룰라 대통령까지 언급한 이 대표가 두 정치인처럼 사법리스크를 극복할지 지켜봐야겠네요.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김주영 기자(chu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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