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의 이라크 침공 결정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이유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 헬런 토머스가 몰아붙이자 부시가 난감해합니다.
"질문합니다.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무엇입니까?"
백악관을 50년 출입하며 대통령 열 명을 취재한 그가 남긴 명언입니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그가 작고하자 오바마가 애도 성명을 냈습니다.
"그는 대통령들이 단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게 했다."
그런 오바마도 쏘아붙일 때가 있었지요.
"더 잘 알아보고 질문해야죠."
오바마는 나중에 그 기자에게 사과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클린턴에게 미국 기자 두 명 모두 르윈스키 스캔들을 질문했습니다.
"르윈스키 드레스에 묻은 액체는 각하 것입니까?"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측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클린턴은 내색 않고 차분하게 설명했지요.
"그 요사한 입으로 더 이상 주상을 욕보이지 마시오!"
우리 대통령실은 왕조시대에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뭐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
정무수석은 대통령 회견 말미에 질문했던 기자가 "대통령에 무례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들립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무엇이든 답하겠다는 끝장 토론에서 추가 질문을 받겠다고 해서 던진 물음이었지요.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게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21세기 민주국가 대통령 회견에서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합니다. 기자가 무례하다는 건, 국민이 무례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전 정무수석은 집권당 당권주자를 향해 감히 입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말했지요.
"대통령 지지율이 기시다 총리보다는 높지 않느냐."
심기를 보살피는 참모들의 숲속에서 길을 찾아갈 사람은 대통령뿐입니다. 불편한 질문 던지는 기자들을 마다 않는 것, 쇄신은 거기서 출발합니다.
"여러분은 아첨꾼이 돼서는 안 됩니다. 회의론자여야 합니다. 거칠게 질문해야 합니다."
11월 21일 앵커칼럼 오늘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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