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왜 이런 사태까지 이른 건지,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인 건지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외교부 취재하는 윤샘이나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윤 기자, 추도식이 당장 이틀 뒤 일요일에 열리잖아요. 그런데 왜 이제서야 우리 정부는 이런 극우 인사가 참석한다는 걸 알게 된 건가요?
[기자]
일본 외무성이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우리 외교부에 알린 게 오늘(22일) 오전인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추도식이 이번 주 일요일 오후인 걸 감안하면 마지막 평일인 오늘, 사실상 막판까지 끌다가 알린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양국이 합의하면서 추도식을 약속한 게 지난 7월이니까 4개월 가량 협의해 오고도 직전에야 통보하듯 알린 겁니다.
뒤통수를 맞은 외교부는 추도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일본 정부에 참석자 변경을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측 참석자를 어떻게 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그게 협의가 됩니까? 변경해 달라고 하면요.
[기자]
막판까지 해보겠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입니다.
[앵커]
그럼 일본 정부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사도 광산 관련해서는 추도식 말고도 전시관도 내용이 엉망이라는 지적이 나왔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정부는 당시 "일본의 약속만 받은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이끌어 냈다"며 강조했습니다.
보시는 사진이 사도섬의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 한 켠에 마련된 전시 제목인데요.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고 돼 있습니다.
가혹한 노동환경은 전시했지만 정작 중요한 '강제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반도인은 둔하고 재능이 낮다", "특유의 불결한 악습은 바뀌지 않는다"와 같은 비하 표현까지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추도식까지 이렇게 됐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최대 외교 성과로 꼽아온 게 한·일관계 개선 아니었습니까?
[기자]
한·일 관계 개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있죠. 바로 '물 반 컵'입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 (2023년 3월 6일) :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일련의 결정은 물컵을 채우기는 커녕 엎지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슈는 이미 2015년 군함도가 등재될 떄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는 전시관'을 세우기로 약속했다가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추도식이 사도 광산이 세계유산이 됐다는 걸 보고하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한 만큼 말만 추도식이고 내용은 일본의 자축 행사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만 앞세우다가 선의에만 기대, 안이한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관련 기사
'물컵' 엎지르는 꼴?…사도광산 추도식에 '극우 정치인' 보낸다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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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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