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 정권 붕괴에 기뻐하는 시리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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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반세기를 군림해온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의 대공세로 11일 만에 무너진 배경에는 시리아의 내부적 요인에 더해 국제정세의 격랑 속 변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 위기와 부패로 정부군의 결속이 흐트러진 사이 반군은 세력 간 연대를 통해 전열을 정비했고,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국들은 다른 전쟁에 발이 묶이면서 반군의 '파죽지세' 진격이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우선 전문가들은 알아사드 정권의 급속한 붕괴는 정권이 자처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50년 넘게 이어진 철권통치 아래서 경제가 피폐해지고 군 조직이 부패하면서 외부 공격에 대응할 힘이 이미 크게 약해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 시리아 야권 인사는 WSJ에 "정부군은 진지를 버리고 경찰도 임무에서 이탈했으며 바샤르 알아사드는 도망쳤다"며 반군이 "수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권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국방연구소의 안보 전문가인 아론 룬드는 알아사드 정권의 급속한 몰락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권이) 더 나쁜 상태였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방국들이 적극 지원에 나서지 않은 점도 정권 붕괴를 앞당겼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 가자지구 전쟁 등 역내 분쟁에 발이 묶인 이란이 사실상 방관자에 머물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러시아는 이번 반군의 기습 당시 진행한 대응 공습을 며칠 만에 중단했다고 WSJ은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리아에 배치했던 군 장비들을 거둬들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란 역시 반군의 공세를 펴는 동안 알아사드 정권에 이스라엘 때문에 군사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시리아 당국자들이 전했다. 또한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의 공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고 한다.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이자 시리아 정부군의 주요 우군인 헤즈볼라 역시 알아사드 정권을 도울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헤즈볼라 조직은 (이스라엘으로부터 입은) 타격에서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더 큰 싸움에 개입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그래픽] 시리아 반군 수도 다마스쿠스 장악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시민들의 환영 받는 HTS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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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정권과 우군들 사이 연대가 무너지는 가운데 반군들은 내부 결속을 차근차근 다져왔다.
특히 이번 총공세를 주도한 반군의 핵심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2020년 휴전 뒤 사관학교를 운영하고 드론을 포함한 공격용 무기들을 직접 제조하며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HTS는 2016년 알카에다와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으며 이미지 쇄신도 시도했다.
HTS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일대에서 상업활동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등 준(準)정부 역할을 하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HTS는 이번 기습을 앞두고 다른 반군 세력과 합을 맞추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국민연합(SNC)을 이끄는 하디 알바흐라는 지난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에 앞서 HTS와 시리아국미군(SNA)이 함께 계획을 세우며 "서로 충돌하지 않고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반군 세력들이 사전 결속을 다졌다고 확인했다.
시리아 인접국인 튀르키예의 후원도 반군의 승리를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튀르키예는 HTS를 테러 단체로 간주하고 있지만, SNA를 비롯한 일부 반군을 지원해왔다. 또 시리아 북서부에 자국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내전 초기부터 시리아 야권의 주요 후원자였던 튀르키예에 먼저 알리지 않고 반군이 (작전을) 진행할 방법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반군은 약 6개월 전 튀르키예에 대규모 공격 계획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암묵적 승인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이때 반군은 "알아사드 정권의 권력을 약화할 기회가 왔다고 감지했다"고 설명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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