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일본항공(JAL) 소속 항공기가 불에 타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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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일에 발생한 도쿄 하네다 공항의 항공기 충돌 사고의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이륙하려고 활주로에 진입했던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착륙 중이던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충돌하면서 보안청 소속 대원 5명이 숨지고 기장은 크게 다쳤던 사고죠.
전날 1일 발생한 노토반도 대지진에 이어 연속해 일어나 일본 열도를 연초부터 크게 충격에 빠뜨린 사고입니다.
이번 사고 원인은 일본의 운수안전위원회가 어제(25일) 사고 조사 중간발표를 하면서 일본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는데요.
NHK와 요미우리·아사히신문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관제사, JAL 여객기 등에서 벌어진 다양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인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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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보안청기, 활주로 진입 허가 오인-━
첫 번째, 가장 주요한 사고원인은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활주로 진입 허가 오인'이 꼽힙니다.
당시 해상보안청기는 노토반도 물자 지원을 위해 출발하려다 보급품을 싣는데 시간이 지체되면서 출발이 늦어졌다고 하는데요.
출발을 서두르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사고 기종인 일본 해상보안청의 MA722 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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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에 화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보안청기 기장은 당시 관제사로부터 "활주로 앞 정지선까지 이동하라"는 지시와 '이륙 순번이 1번'이라는 의미의 "넘버 원"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활주로에 진입하라, 당신의 이륙 순번이 1번이다'는 지시로 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교신과 조종실 내부 대화를 보면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활주로 진입 허가를 내린 기록은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해상보안청 항공기 블랙박스 기록〉
(오후 5시 45분 14초) 관제사:
"JA722A(해상보안청 항공기), 도쿄타워, 안녕하세요. 넘버원. C5 상의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 지상 이동하세요."
(오후 5시 45분 18초) 해상보안청 항공기 부기장:
"C5 정지 위치로 이동하겠습니다. 넘버원. 감사합니다."
그러자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이 부기장의 복창에 따라 직접 복창합니다.
(오후 5시 45분 21초)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
"넘버원."
(오후 5시 45분 22초) 기장:
"C5."
(오후 5시 45분 23초) 기장:
"문제없지?"
(오후 5시 45분 24초) 부기장:
"네, 문제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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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사는 분명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 이동하라고 했고 부기장도 정지 위치로 이동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기장은 활주로 진입이라고 오해했다는 겁니다.
이륙 준비를 한 두 사람은 46분 13초에 활주로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47분 27초에 JAL 기와 충돌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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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사, 활주로 무단 진입 경고 미발견-━
두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건 관제사 측에서 해상보안청기가 활주로에 진입한 사실을 알지 못했던 점입니다.
당시 관제사는 7대의 항공기를 모니터링 중이었는데, JAL 여객기의 착륙 상황을 보느라 활주로 상황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사고 발생까지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상보안청기가 활주로에 진입하면서부터 주의 알람이 뜨고 있었지만, 이 역시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15초 전, 화면에 해상보안청기가 활주로에 진입한 것을 본 다른 관제사가 "JAL 여객기는 어떻게 되고 있지?"라며 활주로 담당 관제사에게 문의했지만, 활주로 담당은 질문의 의도가 뭔지 몰라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만약 해상보안청기가 실수로 활주로로 진입했더라도 'Go-Around(착륙 중단 지시)' 명령이 JAL기에 내려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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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 여객기, 활주로 상황 보지 못해-━
세 번째 원인은 JAL기에서 활주로 상황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점입니다.
JAL기가 착륙할 당시 조종을 맡고 있던 건 훈련생 신분이었던 부기장(29세)으로 베테랑 기장(50세)이 지도를 맡고, 뒷좌석의 부기장(34세)은 활주로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몰 이후 달이 뜨지 않아 맨눈으로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해상보안청기의 후방 충돌 방지등과 대기하고 있던 위치의 활주로 조명이 모두 흰색이라 식별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관제사에게서도 아무런 지시가 없었기에 착륙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니 JAL기 입장에서도 충돌 뒤에야 활주로에 기체가 있었다는 걸 알아채곤 "소형 비행기가 있었나 봐요"라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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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객기 사망자는 없었다-━
충돌사고로 기체 2대가 불길에 휩싸여 완전히 녹아내릴 때까지 불탔지만, 379명이 타 있던 일본항공 여객기에선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운수안전위원회에선 이 결과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먼저 사고 충격에도 불구하고 기체가 전복되지 않았고, 화재가 객실 내부로 번지기까지 10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전방의 바퀴가 지면에 착지하기 전에 충돌했기 때문에 조종석과 객실 쪽으로 직접 타격이 없었던 겁니다.
이 사이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대피를 지시하고 있었는데, 승객들이 통로나 탈출구로 몰리지 않고 승무원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대피했다고 합니다.
기체의 8개 비상구 중 불길이 닿지 않은 앞쪽 좌우 2개씩 4개의 비상구를 통해 빠르게 대피하고 있었는데요.
탈출 슬라이드 주변으로 화재가 번지지 않은 점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 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점은 질서의식과 책임감이 뒤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사고 충격으로 기내 방송이 작동하지 않아 육성으로 승객들에게 지시가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가장 뒤쪽의 승무원까지 육성 지시가 도달되지 않았지만, 훈련받은 대로 탈출구를 열어야 한다고 판단해 이를 열어뒀다고 합니다.
"자세를 낮추고 대기하라"는 초반 지시만 듣곤 탈출 지시를 듣지 못한 꼬리 쪽 승객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좌석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기장이 마지막까지 객실을 체크하다 이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열려있던 뒤쪽 탈출구로 대피시킨 뒤 자신이 가장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기장 출신으로 항공 전문 평론가인 이노우에 신이치 씨는 NHK에 "이번 사고는 악조건이 겹쳐 일어난 사고라고 느꼈다"고 말했는데요.
활주로에 진입할 때 기장과 부기장이 진입 허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노우에 씨는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사람들끼리 아는 사이의 직감으로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나하나 목소리로 확인하는 것이 실수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원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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