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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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시리아에서 반군의 점령 직전 탈출한 바샤르 알아사드(59) 시리아 대통령에 대해 유엔이 독재 집권기에 빚어진 각종 인권침해 범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아사드 대통령의 집권기에 자행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당시의 통치권자뿐 아니라 범죄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30년간 집권한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에 이어 시리아를 철권 통치하며 민간인들을 탄압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1년에는 반정부 시위대에 총을 발포하는 등 강경 진압했고, 시위가 무장 반란으로 커지자 염소·사린 가스 등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13년 넘게 이어진 내전 속에 시리아인 수십만명이 사망했고, 1천200만명이 집을 잃었다.
전날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정권을 무너뜨렸고, 아사드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의 망명을 허용한 러시아로 도피했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향후 시리아에서 정치권력을 이양할 때 과거 심각하게 인권법을 위반한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며 "미래에 재판 과정에서 사용될 모든 증거를 철저히 수집·보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리아의 새 당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을 받아들이고 인권침해 가해자들이 재판받을 길을 열어야 한다"면서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법률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요청했다.
이어 "이번 정치 변화를 계기로 시리아 국민에게 인권과 자유, 정의에 기반한 미래를 구축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안보기관 개혁이 핵심으로, 내전 기간에 실종된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겪은 비극도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튀르크 최고대표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와 아프리카 수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분쟁 지역으로 무기 공급을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인지뢰가 사용되는 점을 거론한 뒤 "허용될 수 없는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제공을 승인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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