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을 맡아 여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데 이어 곧바로 당 대표가 돼 국민의힘을 이끌어왔던 '한동훈의 리더십'이 출범 넉달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 대표의 정치적 미래, 또 혼돈에 빠진 여권의 앞날을 정치부 이채림 기자와 전망해보겠습니다. 이 기자, 한 대표가 원래 오늘 기자회견을 할 거란 얘기가 나왔었다가 다시 바뀌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기자회견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확정되지 않은 일정이 보도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오늘 주변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들었다고 하는데요. '대표직을 유지해봐야 실익이 없다'거나 '싸우는 모습 그만 보이고 사퇴하자'는 내용이 많았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계엄 잘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여당에서도 거의 없잖아요. 한 대표 본인으로선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는데,, 내일 어떤 메시지가 나올 걸로 보입니까?
[기자]
한 대표가 여전히 의견을 들으며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예단하긴 이릅니다만,, 결국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겠느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일단은 사퇴한 뒤 다음 행보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계엄 해제 동참'과 '탄핵안 가결' 등 중도층 요구에 가까운 선택을 했던 만큼, 향후 재기를 모색할 기회가 올 거라는 게 친한계 인사들의 진단입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커진 핵심지지층의 반감을 극복할 수 있을진 미지수입니다.
[앵커]
어제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를 했잖아요. 친윤계는 그렇다치고, 친한계 최고위원들도 한꺼번에 사의를 표했는데,,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기자]
어제 의총 상황을 되짚어보면, 당초 장동혁 의원은 의총장에서 대표와 상의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 대표가 '내가 계엄을 했느냐'며 의원들과 고성으로 대립했는데, 이 직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장 의원은 이전부터 한 대표에게 대통령실과 중진 의원들과의 소통 등을 주문해 왔는데, 당내 조율보다 '국민 눈높이'를 더 중시했던 한 대표와 수차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간 지적돼왔던 소통 부재 등 한 대표 리더십의 한계가 친윤계 뿐 아니라 친한계의 이탈까지 불러왔단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국민의힘, 비대위로 전환되면 수습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비대위원장은 누가 맡을까요?
[기자]
당내에서는 외부 명망가를 모실 시간적 여유도 없는데다, 당을 잘 모르는 인사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전.현직 중진 의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비대위가 꾸려지면 일단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며 당을 수습할 걸로 보이는데,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비대위 체제는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당헌 당규상 비대위는 최대 1년까지 가능합니다.
[앵커]
야당 얘기도 해보죠. 오늘 이재명 대표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건 어떤 의미로 봐야할까요?
[기자]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여러 정치적 포석이 담긴 결정으로 보입니다. 원내 다수당의 대표로서 국정 안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사로 풀이됩니다. 국정 공백 상황에서 한 대행까지 탄핵소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도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심리와 무관치 않단 해석도 나옵니다. 현재 6인 체제인 헌재의 탄핵심리 속도를 높이려면 최대한 빨리 나머지 3명에 대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끝내야 하는데,, 임명 권한을 갖고 있는 게 바로 한 권한대행이죠. 추가 탄핵으로 시간을 끌기보단 최대한 빨리 헌법 재판관 임명 절차를 끝내도록 하는 게 '재판 시간'이란 변수를 갖고 있는 민주당에겐 더 유리하단 겁니다.
[앵커]
헌재의 요청에도 임명을 계속 미뤄왔는데, 이젠 상황이 바뀌었네요.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채림 기자(cr9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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