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가결‥다시 만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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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아/탄핵 집회 참여 시민 (12월 14일)]
" 저 광흥창역에서부터 걸어오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일정 때문에 못 나와서 그래서 꼭 나오고 싶었습니다."
국회의사당 앞을 넘쳐선 인파.
시민들은 다리를 건너 여의도로 합류했습니다.
[임수민/탄핵 집회 참여 대학생 (12월 14일)]
"진짜 저희 계속 시험 기간이었는데 잠을 못 자가지고. 막 이런 데 구내염 나고 너무 답답해서."
전국 곳곳에서 주최 측 추산 2백만 명, 경찰 추산 2십만 명의 인파가 모였습니다.
[이윤성/탄핵 집회 참여 고등학생 (12월 14일)]
"저는 (전북) 전주에서 여기로 올라온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이렇게 후퇴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뭐라도 해야죠."
오후 4시가 넘어 본회의가 시작됐습니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본회의, 12월 14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24년 12월 3일 22시 30분, 대한민국 헌법이 유린당했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 참석.
표결이 시작됐습니다.
시민들의 눈이 쏠렸습니다.
잠시 뒤 투표함이 열렸습니다.
[우원식/국회의장 (국회 본회의, 12월 14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김진우/탄핵 집회 참여 시민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그런 일을 벌일까 봐 너무 우려가 됐습니다. 너무 조마조마하게 지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고 국민들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박선희/탄핵 집회 참여 시민 (12월 14일)]
"국힘 의원들 믿을 수가 없어가지고 사실 마지막 순간까지 너무 조마조마했었거든요. 정신 차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안도감이 들어서 좀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가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일주일 전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단체 불참으로 열어보지도 못한 첫 번째 투표함.
[우원식/국회의장 (국회 본회의, 12월 7일)]
"이 문제는 정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역사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이 모습을 국민이, 세계가, 역사가 어떻게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국힘당 해체! 국힘당 해체!"
[이나연 (여의도 국회 앞, 12월 10일)]
"정말 참담하죠.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이런 행보를 보인다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성난 민심은 국민의힘을 향했습니다.
[김용빈/강원도 철원군 주민 (한기호 의원 사무실 앞, 12월 10일)]
"국회의원들은 집단으로 탄핵을 거부했습니다. 국민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데 뻔뻔하게 단체로 거부했습니다."
[서화일/서울 동작구 주민 (나경원 의원 사무실 앞, 12월 12일)]
"지금 주민들이 모두 다 심판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투표에 불참한 의원 105명의 명단을 올린 웹사이트와 항의성 단체 문자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5선 윤상현 의원은 1년 후면 여론은 괜찮아진다고 말했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배승희 변호사', 12월 8일)]
"야, 재섭(김재섭 의원)아. 나도 박 대통령 탄핵 앞장서서 반대했어. 나 끝까지 갔어. 근데 그때 나 욕 많이 했어. 나 욕 많이 먹었어. 그런데 1년 후에는 다 '야,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
[노현욱/인천시 미추홀구 주민(윤상현 의원 사무실 앞, 12월 10일)]
"'1년쯤 지나면 우리가 우리하기 나름이니까 그때 찍어준다'고 얘기했는데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은 아웃입니다. 사퇴하십시오!"
지역구 사무실 앞에 탄핵 촉구 현수막이 걸리자 의원실 인턴 비서관이 현수막 제작 업체에 폭언을 퍼붓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김형동 의원 인턴 비서관 - 안동 현수막 업체 (12월 6일)]
" 저는 그냥 위임받아 달아요. "
결국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오락가락하던 한동훈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긴급 기자회견, 12월 12일)]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 정지가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담화가 시작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12월 12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비상계엄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후임을 뽑는 선거에 나선 이른바 '찐윤' 권성동 의원도 당황할 만큼 전격적이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12월 12일)]
"이거 봐야지 뭐. 뭐 하는 거야? 이게 지금. 자, 핸드폰."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한 대표는 '내란 자백'이라고 맞받았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 12월 12일)]
"(담화는)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총 결과는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의 압도적인 득표, 원내대표 당선이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12월 12일)]
"이제 우리 당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의원들 각자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되지만 중요사안,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단일대오로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식/국민의힘 원내 수석대변인 (본회의 직전, 12월 14일)]
"일단 우리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에 들어간다. 두 번째는 당론은 부결을 한다."
그래도 이탈표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1차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3명.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12월 12일)]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국민들의 뜻에 따를 겁니다."
김상욱 의원은 동료의원 설득에 나섰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12월 13일)]
"그래 비상계엄? 나도 상상을 초월해. 옹호하는 게 아니야. 정당화될 수가 없어. 그래서 탄핵을 해서 그 후과로 예를 들어서 몇 개월 안으로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김상욱/국민의힘 의원 (12월 13일)]
"선배님 근데 그 부분은 국민들께서 선택하실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판단하고 틀을 잡는 것이 아니라. 선배님 저는 진영논리보다 중요한 게 헌정질서고, 그리고 누구를 대통령으로 세울지 선택하는 건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재명이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국민들의 선택권을 뺏는 것도 어떻게 보면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찬성 74표, 기권과 무효 11표.
국민의힘 의원 중 최소 23명이 당론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우원식/국회의장 (탄핵안 가결 후, 12월 14일)]
"국민 여러분의 연말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취소했던 송년회 재개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우원식 의장은 곧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을 했고 원본은 헌법재판소로, 사본은 대통령실로 전달됐습니다.
[김민기/국회 사무총장 (대통령실 앞, 12월 14일)]
"국민과 국회의 무거운 뜻을 받아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 결의안을 갖고 지금 대통령실에 전달하러 왔습니다.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949일 만에 직무가 정지됐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12월 14일)]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합니다.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대국민 담화, 12월 14일)]
"저는 대한민국 국무총리로서 우리 국민이 처한 현 상황과 그에 이르게 된 전 과정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야권은 탄핵소추안 통과를 환영하며 집회 현장을 찾아 인사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 앞, 12월 14일)]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관철되는 진정한 민주 국가,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갑시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격랑에 빠져들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12월 14일)]
"그 과정에서 나라와 국민만 생각했다는 말씀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최고위원 5명이 사퇴하며 또다시 비대위 체제 전환 수순을 밟게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탄핵 심리와 내란죄 수사.
'2024헌나8'
헌정 사상 3번째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윤 대통령에게 붙은 사건 번호입니다.
[이진/헌법재판소 공보관 (12월 14일)]
"다음 주 월요일(12월 16일) 오전 10시에 재판관 회의를 소집하였고, 사건처리 일정을 논의하겠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
검찰이 1차 소환 통보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곧 특검이 계엄과 내란사태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지영/탄핵 집회 참여 시민 (12월 14일)]
"결국에는 국민들이 이겨요. <(윤 대통령이)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라죠. 그러라죠. 국민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책임을 져야 하는데 수습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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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법무부장관]
" …… …… ……"
■ 책임자들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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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총리와 장관들이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그날 밤, 비상계엄이라는 엄청난 사안을 다룰 국무회의는 계엄 선포 담화 불과 6분 전에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5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회의록도 없었고 헌법에 규정된 '국법상 행위'를 위한 서명도 없었습니다.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3일)]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앉아 계신 국무위원 중에서 부서한 사람이 있으면 일어나 보세요. 없습니까?"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3일)]
"전두환보다 더 해요, 윤석열이. 위법한 국무회의입니다. 맞습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국무회의 자체가 굉장한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무회의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인 그 회의가 열린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엔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11명의 국무위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여기 앉아 계신 국무위원 중에서 12월 3일 대통령 앞에서 계엄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본인 의견 피력한 사람 누굽니까? 손 들어주세요. 반대한다는 표현 쓰신 분 누굽니까? 두 분밖에 안 계시네요. 외교부 장관하고 경제부총리. 나머지는 걱정만 하신 거 아니에요?"
[한덕수/국무총리]
"저는 대통령님께 반대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두어' 명의 반대.
[이재묵/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의 유고나 궐위 시에 순서대로 보면 한덕수 국무총리, 총리들. 부총리, 외교부 장관 이렇게 내려오잖아요. 그럼 그 자리가 비록 임명직이지만 얼마나 막중하고 무거운 책임이 있는 자리, 권한이 있고. 그거를 그들이 알 거 아니에요?"
책임져야 할 이들이 내놓은 건 오히려 자신들이 국정을 안정시키겠다는 대책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직무를 사실상 정지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선다는 이른바 '한-한 국정 공동 운영 체제'입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12월 8일)]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와 국무총리의 회동을 정례화하겠습니다. 주 1회 이상의 정례 회동, 그리고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서 경제, 외교, 국방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서 한치의 국정 공백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12월 8일)]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습니다."
하지만 반나절도 안 돼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하며 인사권을 행사했습니다.
[조국/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만나셔가지고, 이른바 한·한 공동운영 방안 논의하셨죠?"
[한덕수/국무총리]
"그거는 정말 오해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국/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그 한·한 공동운영 방안 한동훈 대표가 먼저 들고 왔습니까? 총리께서 준비하셨습니까?"
[한덕수/국무총리]
"저는 본 적도 없습니다."
[조국/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그날 현장에서 한동훈 대표가 발표한 그 문안, 대통령 권한을 인수한다는 그 문안 언제 보셨습니까?"
[한덕수/국무총리]
"본 적이 없습니다."
외교 정책 결정권과 군 통수권도 당연히 윤 대통령에게 있었습니다.
심지어 국방부장관 후보자를 새로 임명하려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 (12월 9일)]
" 대통령께 있습니다. 가져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물으시는 건가요? 법적으로는 현재 통수권자에게 있습니다, 권한이."
헌법상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할 방법은 '탄핵'이나 스스로 퇴진하는 '하야' 이 두 가지 경우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헌환/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동훈 대표 같은 경우에는 우선 여당은 국가기관이 아닙니다. 권한대행을 할 수 있는 헌법에서의 엄격한 요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고 또 실질적으로 거취를 일임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마음대로 하겠다. 우리 뜻대로 하겠다. 그 자체가 또 오히려 국헌 문란에 준한다."
[한덕수/국무총리-기자]
" …… …… "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을 핑계로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은 불성립됐습니다.
비상계엄과 내란, 탄핵 부결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은 급등했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140조 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수장인 최 부총리는 회의 참석 여부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다가 내란 사태 8일만에야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최상목/경제부총리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하고, 결정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강하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최상목/경제부총리-기자]
" …… …… "
[배병인/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질서 있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것은 지금 국민들인 거죠. 지금 우리 주어진 법과 절차에 따라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절차를 밟아서 그다음에 논의들을 진행하자는 게 지금 국민의 요구이기 때문에 지금 지극히 질서 있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사이, 여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는 논리까지 들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박성재 장관님 나와주십시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박성재/법무부 장관]
"그런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법무부가 법률적인 판단을 검토한 것을 제게 보내주십시오. 아셨습니까?"
[박성재/법무부 장관]
"네."
"전두환! 전두환!"
그런데 이 질문은 당시 대법원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계엄은 사법부의 심사 대상이 되고 내란은 처벌의 대상이라고 판단한 내용은 쏙 빼놓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피고인은 12.12 군사반란의 우두머리 전두환 씨였습니다.
질의를 한 윤상현 의원은 전 씨의 전 사위입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이게 이인호 교수의 주장입니다. 한 번 법률적 검토를 해 주십시오."
[박성재/법무부 장관]
"저희들이 살펴보겠습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내란죄라는 해석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박성재/법무부 장관 -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법사위, 12월 6일)]
"내란죄라는 표현은 지금… 의원님께서 판단하시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박성재/법무부 장관-기자]
" …… "
11일 본회의가 끝나갈 무렵 나온 마지막 질문.
대통령이 계엄을 말한 그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중 그 질문에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노종면/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본회의, 12월 11일)]
"이 자리에 참석하신 국무위원들 가운데 우리들의 행위가 내란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시는 분 계신가요? 손 한번 들어보실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이 시대의 혜택을 누릴 대로 누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 세금으로 월급 따박따박 받아가시는 분들. 귀하들은 그날 밤 그날 새벽에 뭘 하고 있었습니까? 무서웠습니까? 반대만 하면 책임이 없어진다고 봤습니까?"
12월 10일 국회 국방위
윤 대통령 계엄 명령에 대한 질의응답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부탁드립니다. 온 국민이 다 보고 있어요. 그것만이 우리 곽 사령관이 그나마 책임이 감경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곽종근/특수전사령관 (직무정지)]
"말씀드리기 제한됩니다."
[곽종근/특수전사령관 (직무정지)]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설사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들어가게 되더라도 들어간 작전 병력들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문제와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들이 다치기 때문에 차마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외압에 대한 질의 응답
[윤석열/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그 지시는 따르면 안 되는 겁니다, 위법한 지시는.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걸 어떻게 따릅니까? 그러면 이의 제기해 가지고 안 받아들여지면 그걸 따라야 된다는 겁니까?"
■ 명령을 거부했던 자의 명령
◀ V C R ▶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하였고."
[경찰 관계자 (12월 3일)]
"저희도 서울경찰청 지시에 의해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최근 지시는 '비상계엄 관련된 분들 외에 비상계엄 선포령에 의해서 전원 차단하라'고 지시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그래서 국회의원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국회 마당과 본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고."
[이준석/개혁신당 의원 (국회 앞, 12월 3일)]
"비상계엄 불법 계엄인데 뭔 소리 하는 거야? 니네 공무원 아니야? 어떤 XX한테 명령 받았길래 이런 소리를 해! 국회의원이 국회에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돼?"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계엄 해제 안건 심의도 진행된 것입니다."
[국회 본회의장(12월 4일)]
"빨리합시다. 들어옵니다. 빨리 결정합시다. 안 오면 계속 안 할 거예요?"
"빨리하시죠. 유리창 깨고 진입 중이랍니다."
"상정해 주십시오! 문을 같이 좀 막아야겠습니다."
"여당 기다리지 말고 그냥 하세요!"
"저기 여당 의원들 들어와 있어요."
대통령의 담화와, 그날 우리가 목격한 장면들.
내란 사태 가담자들의 진술은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곽종근/특수전사령관(직무정지) (국회 국방위, 12월 10일)]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상징적 조치라는 변명과 달리, 특전사에는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방첩사와 국정원, 경찰에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날 밤 국회엔 사복 차림의 방첩사 소속 군인 49명이 시민들 사이에 섞여 있었습니다.
[김대우/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직무정지) (국회 국방위, 12월 10일)]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장관께서 직접 명단을 불러주셨다' 그러면서 받아 적으라고 해서 제가 그 명단을 받아 적었고, '수사관들을 출동시켜서 수방사로 이송시켜라'라고"
조지호 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이 6차례에 걸쳐 전화를 했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심지어 체포 대상엔 판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김동현 판사입니다.
[노정환/조지호 경찰청장 변호인 (12월 13일)]
"체포에 도움이 되는 수사관 100명의 파견이라든지 위치 정보 확인 이런 것도 모두 거부했고 그 부분 넘어갑시다. 내가 충분히 설명 드렸는데,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또 다른 헌법기관인 선관위도 타겟이 됐습니다.
[문상호/국군정보사령관(직무정지) (국회 국방위, 12월 10일)]
"선관위로 이동을 해서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중앙선관위 전산실로 진입했습니다.
서버가 있는 곳입니다.
특전사 제3공수특전여단 1백여 명이 중앙선관위 건물을 봉쇄했습니다.
서버는 방첩사가 들고가기로 돼있었지만, 이 명령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허영/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성우/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직무정지) (국회 국방위, 12월 10일)]
" 여인형 사령관께서 저에게 구두 지시하였습니다. 확실합니다. 예. 법무실에 들어갔을 때 7명 전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엄법 포함해서 각종 자료들 들고 있으면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현 상황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있었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유튜버들의 요구처럼 선관위 장악을 노렸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12월 12일)]
"선관위도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 입회하여 지켜보았지만, 자신들이 직접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노태악/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국회 본회의, 12월 13일)]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것 자체가."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 노태악/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국회 본회의, 12월 13일)]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네 네."
여론조사 기관을 운영하는 유튜버 김어준씨도 체포 대상이었고,
[김어준/여론조사꽃 대표 (국회 과방위, 12월 13일)]
"즉시 피신하여 만약 계엄이 해제되지 않는다면 제게 남은 시간이 몇 시간인지 가늠하고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할 일을 정리하였습니다."
윤 대통령 비판 보도 후 대통령 전용기 취재팀 탑승 금지, 잇따른 방심위 제재 등을 겪은 MBC도 장악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그날 밤 계엄령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군인은 총 1천6백여 명.
특전사령부 약 1천1백 명, 수도방위사령부 210여 명, 방첩사령부 320여 명, 정보사령부 15명 등입니다.
병력은 국회와 선관위에 집중됐습니다.
[김현태/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장 (12월 9일)]
"최초 지시는 바로 출동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다고 했고 '그럼 빨리 국회로 출동할 준비를 해라. 헬기 12대가 올 것이다.'"
[우원식/국회의장 (국회 본회의, 12월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1시 조금 넘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군 철수를 지시하였습니다."
[부승찬/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안수/전 계엄사령관 (국회 국방위, 12월 10일)]
" 예. 한 시. 예 맞습니다. 한 시 좀 많이"
[추미애/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안수/전 계엄사령관 (국회 국방위, 12월 5일)]
" 그 부분도 말씀 제가 정확히 드릴 수 없는 부분이고."
실제로는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계엄 상황실을 직접 찾아 "그것 하나 못해내냐"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용현 국방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 계엄군 수뇌부와 30분 동안 밀실 회의를 가졌습니다.
계엄군에 내려진 지시가 풀린 시점은 새벽 3시 반 무렵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변명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내란사태 가담자들의 행적은 공수처와 경찰, 검찰의 경쟁적인 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드러난 정황들을 무시한 윤 대통령의 담화는 탄핵심판을 맡을 헌법재판소를 향한 변론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법적인 논쟁이라고 하는 굉장히 기술적인 측면에만 천착하고 있다라는 느낌, 그러니까 이게 굉장히 중요한 어떤 민주주의의 원칙, 그다음에 어떤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여태까지 쌓아온 어떤 민주주의의 그러한 성과들, 이런 걸 일거에 무너뜨린 건데 이거를 아주 사소한 법적인 기술적인 측면의 논쟁으로 아주 끌어내렸다는 거죠."
■ 아직 끝나지 않았다
◀ V C R ▶
12.12 군사반란.
1980년에 찾아온 서울의 봄은 짧았고,
[전두환/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 (1980년)]
"판을 치는 것은 선동 정치인들의 구호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학생들의 소요였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구국의 신념으로 발족됐으며 2개월간 그 같은 신념하에서 과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 봄을 되찾는 데는 7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는 6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12.12 담화를 내놨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 12월 12일)]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모두 하나가 되어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어 내란의 핵심 피의자인 전 국방장관 김용현 측은 "내란 수사가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광화문에는 내란을 옹호하는 인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이! 지킨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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