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결] 한덕수 권한대행, 임시국무회의 주재…양곡법 등 심의
정부가 오늘(19일) 오전 임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한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심의합니다.
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해당 법안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는데요.
조금 전 모두발언 들어보시죠.
[한덕수 / 대통령 권한대행]
지난 12월 6일 국회를 통과하여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 중에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여섯 건의 법률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습니다.
이 법안들의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들과 기업, 관계부처의 의견도 어떠한 편견없이 경청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 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회와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우선 농업4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농업 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하여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것입니다.
재난 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아 상당한 논란도 예상됩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이미 한 차례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고 국회 재의결을 통해 부결되어 폐기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다시 정부로 이송된 동법 개정안은 재의요구 당시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남는 쌀 의무 매입에 대한 우려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양곡의 시장가격이 일정 가격 미만인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지급토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 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되어 의결되었습니다.
이 개정안이 추진되면 고질적인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하여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정부에 한정된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쌀 의무 매입 제도와 양곡 가격 안정제 시행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면 스마트팜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농업, 농촌 투자를 매우 어렵게 할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대안으로 농업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한국형 농업인 소득 경영 안정 방안을 마련하였으나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타협 없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농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하락하였을 때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 또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농산물 가격 안정제가 시행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가격 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되어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또한 과도한 재정 부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미래 농업, 농촌을 위한 재원 배분이 어려워집니다.
시장을 왜곡하는 농산물 가격 지지 중심에서 농가 소득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 정책을 전환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접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농어업 재해 대책법과 농어업 재해 보험법 개정안은 농업 분야에서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입은 시설의 복구 및 피해 주민의 생계 안정을 위한 지원을 넘어서 재해 이전에 생산에 투입된 비용까지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여 농어업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보험료율을 할증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재해 복구 이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됩니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할증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보험료가 재해 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하고 재해 위험도가 상이한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율이 적용되어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생깁니다.
민간 보험사들이 영세한 농업인들의 보험 가입을 오히려 꺼리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12월 30일이 지나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상임위원회가 예산안 및 세입 예산 부수 법안의 심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54조 제2항은 국가가 회계연도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 12월 2일에 구속받지 않고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서 원활한 예산 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어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가게 됩니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동행명령 대상 증인의 범위를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서 중요한 안건심사 및 청문회까지 확대하고 증인, 참고인 등이 개인정보 보호, 영업비밀 보호 등의 이유로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안건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큽니다.
또한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하여 헌법상 권력 분리 원칙에 반하여 개인정보 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큽니다.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 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야와 정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로 가는 길에 대해선 각자가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가 재의요구하는 법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정부도 전향적이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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