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단골집이라던 대구의 한 식당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란 사태 이후 여기서는 윤 대통령 사진도 사인도 사라졌습니다.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도 자취를 감추고 있는 대통령의 사진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작년 이맘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부산의 한 시장을 찾았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회장 : 잘 먹겠습니다.]
[그래요. 맛있게 드세요. 자, 이거 하나씩 드세요.]
이 분식집엔 한동안 이날 윤 대통령의 방문 영상과 사진이 내걸렸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지금은 벽면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은 없고 이렇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위주로만 사진이 구성돼 있습니다.
아예 새로 붙였다고 합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 상인 : {사장님, 여기 윤 대통령 사진은 진짜 아예 다 없애신 거예요?} 네, 하도 사람들이 뭐라고 해서…]
마침, 밥때라 일단 충분히 먹고 주변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 상인 : 계엄령 떨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 방문 영상이) 계속 방송이 돌고 틀어져 있었거든요. {TV에 그 장면을 계속 틀어놓고요?} 네, 그런데 지금은 저 집도 꺼져있고, 다른 집도 다 꺼져있어요. 괜히 그것 때문에 서로 말이 옥신각신하다가 큰소리 나면 난처하니까…]
윤 대통령 단골집으로 유명한 인근 국밥집.
기업 총수 이름 붙은 의자들은 그대론데, 윤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와 사진은 치워졌습니다.
[최영선/부산 신창국밥 사장 : 계엄령 이후에 손님들이 양쪽으로 너무 말이 많아서 그래서 손님들끼리 말싸움도 있으시고 그래서… {의자 빼면 왜 뺐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 않아요?} 양쪽으로 다 있어요. '의리를 지켜야지, 왜 그랬냐'는 분들도 있고 그다음에 진보 쪽에서는 '잘 뺐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보수의 텃밭 대구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대구 칠성시장.
[아이고, 미나리에, 상추에…]
이 영상 속 상인을 직접 만났습니다.
[백인희/대구 칠성시장 상인 : 대통령님이 청도 미나리를 가리키면서 '내가 검사 시절에 즐겨 먹었던 미나리니까, 꼭 오늘 저녁에는 삼겹살 사서 구워 먹어야겠다'라고…]
당시 대화가 생생할 정도로 자랑스러운 기억, 하지만 백씨는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최근 떼어냈습니다.
[백인희/대구 칠성시장 상인 : 여기에다 걸어놨었거든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여기 달력 옆에요?} 네, 달력으로 대체해 놨어요.]
윤 대통령을 지지해 왔지만, 계엄령은 도가 지나쳤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인희/대구 칠성시장 상인 : 아, 이거는 아닌 것 같다. 한 나라의 대통령님이 경솔하게 하셨구나. 조금 더 버티고 더 화합해서 하실 수 있었을 텐데 왜 계엄령까지 내렸을까. 잠깐의 그걸로 인해서 지금 우리가 너무 어렵거든요. 하루빨리 안정이 되어서 나라가 좀 돌아가고 우리 소상공인들도 좀 더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대구 시내 윤 대통령 단골 식당을 찾아가는 길.
50대 택시 기사에게 분위기를 물었습니다.
[대구 택시기사 : 대구는 지금 제가 볼 때는 한 70%는 민심이 돌아섰어요. {70%나요?} 제 생각인데, 저도 돌아섰거든요. 저는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안 봅니다. 계엄을 한다는 게 그게 말이 됩니까?]
윤 대통령이 대구에서 초임 검사로 일할 때부터 단골이었다는 이 국밥집.
벽면에 윤 대통령 친필 서명이 있다고 온라인 후기마다 나오는데, 이젠 안 보입니다.
역시 밥때라 일단 먹었습니다.
여기 보시면 이렇게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24일에 여기를 방문해서 직접 방명록에 남긴 글을 이렇게 액자로 해놨는데 지금은 이렇게 다른 연예인의 사인으로 가려 놓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옆에 보시면요. 한 손님이 이렇게 사진으로 금 명판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다른 가수의 사진으로 덮어 놓았다고 하네요.
[식당 관계자 : 너무 시끄러워서요. 우리 장사할 때 너무 호불호가 심해서요. 장사하는 데 너무 지장이 있어서…]
손님도 한마디 거듭니다.
[식당 손님 : 당연히 (윤 대통령 사진을) 가리는 게 맞지. 탄핵하는 게 맞으니까. 대구를 떠나서, 대구가 그거(보수 텃밭)이긴 하지만, 일단 계엄령은 잘못된 거니까, 맞죠?]
윤석열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든 아니면 한때 지지했다가 마음을 돌렸든, 이제 많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은 함께 찍은 사진조차 떳떳하게 내걸기 어려운 존재, 또는 이렇게 무언가로 덮어 숨기고 싶은 존재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콘크리트처럼 지지세가 단단하다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받는 충격은 더욱 커 보입니다.
[작가 유승민 / VJ 장준석 / 영상편집 배송희]
이가혁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