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시 성탄절인 어제(25일) 또 다른 분쟁 지역에서도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전쟁 중인 가자지구에서, 태어난 지 3주밖에 안 된 아기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겁니다. 난민촌의 찢어진 천막 사이로 파고드는 매서운 겨울바람은 아기가 견디기에는 너무 차가웠습니다.
김영아 기자입니다.
<기자>
얇은 수건에 싸인 아기가 테이블 위에 누워 있습니다.
미동도 없는 몸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습니다.
[나세르 병원 의사 : 심한 추위로 천막 안 온도가 크게 떨어졌고, 이 때문에 아기의 신체 기능이 작동을 멈춰 아기가 숨졌습니다.]
3주 전 태어난 실라는 짧은 생애 전부를 알마와시 난민촌의 바닷가 천막에서 보냈습니다.
기온이 섭씨 9도까지 떨어졌던 성탄절 새벽, 실라는 세 번이나 잠에서 깨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찢어진 천막 사이로 밀려드는 찬 파도를 향해 남긴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마흐무드/숨진 아기 아버지 :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기가 혀를 깨물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추위 때문에 몸은 나무토막처럼 뻣뻣했습니다.]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은 지난 이틀 사이에만 실라를 포함해 생후 3일 된 아기와 1개월 아기 등 신생아 세 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알마와시 피란처에는 전체 가자 주민 190만 명의 90%에 달하는 피란민 중 상당수가 몰려 있습니다.
[라이한/알마와시 난민촌 피란민 : 피란왔는데, 해변 말고는 빈 공간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파도가 수시로 텐트로 밀려들어오지만 저도 아이들도 덮을 담요도 없습니다.]
데이르알발라를 비롯한 다른 도시에서도 피란민 대부분이 바닷가 젖은 모래사장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공습이 계속돼 천막 칠 땅도 모자라는 탓입니다.
올 겨울 동안 또 다른 실라가 몇 명이나 나올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영상편집 : 김진원)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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