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仙) 이백은 미려한 시를 숱하게 남겼지만 삶은 구름 위를 걷듯 허랑했습니다.
시성(詩聖) 두보는 평생 고단하게 떠돌면서도 늘 백성과 이웃을 애틋하게 지켜봤지요.
그는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밤하늘 별 같은 시인이었습니다. 추운 겨울밤 불조심하라고 딱따기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얼마나 가여운 아이가 치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황홀토록 추운 산에 어둠이 내리자, 골짜기 넘나드는 하얀 안개도 어둡구나. 박자목 치는 가련한 아이는, 옷도 없이 어느 마을에 사나.'
시인 어릴 적 문풍지 우는 겨울밤, 할머니는 손자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을 하셨습니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시인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습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밤입니다. 하늘도 추운지, 쨍 하고 금속성이 날 듯 짙푸릅니다.
'지치도록 고요한 하늘에 별도 얼어붙어, 하늘이 무너지고 푸른 별이 모조리 떨어질지라도, 너는 아직 고운 심장을 지녔거니.'
'사랑의 온도 탑'이 그렇습니다. 지난 연말만 해도 나눔의 수은주가 85도에 그쳤습니다. 불경기에 정국 혼란까지 덮쳐 어수선한 세밑에, 주변을 돌아볼 겨를들이 없었겠지요.
그런데 새해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93.4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제주항공기 참사가, 식었던 가슴에 불을 지폈을까요. 추울수록 나보다 추운 사람을 비추는 별 같습니다.
시인도 외롭고 어두울수록 혼자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캄캄한 겨울,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세밑이면 기다려지는 전주 '얼굴 없는 천사'도 어김없이 다녀갔습니다. 사반세기 25년째 놓고 간 이름 없는 베풂이 1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시인이 겨울 강가에서 보았습니다.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녹여 주며 같이 녹으며… 외돌토리 갈대들이 언저리를 둘러쳐서,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입니다.
1월 9일 앵커칼럼 오늘 '겨울밤, 별들은 따뜻하다'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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