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해 미국은 서부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주를 흐르는 클래머스 강 하류에 있는 댐 4개를 철거했습니다.
그리고 댐이 없어진 강으로 연어가 돌아오는데, 불과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김민욱 환경전문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보여요? 이거 봐요, 커요. 맞아요. 봐요."
" 연어, 치누크 연어예요."
[케네스 브링크/카룩 부족 부의장]
"여기 큰 거 한 한마리가 있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연어 산란터는 다섯 개 있네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클래머스강으로 흘러드는 개울에서 커다란 연어를 만났습니다.
"장화 갖고 오길 잘했지?"
[케네스 브링크/카룩 부족 부의장]
"덩치가 큰 수컷인데, 정액을 퍼뜨리는 겁니다. 자갈더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세요. 알이 있으니까 절대 밟으면 안 돼요."
이 연어를 만난 것이 놀라운 이유는, 이곳이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댐 때문에 만들어진 커다란 호수 아래에 잠겨 있던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1964년부터 클래머스강을 막고 있던 수력발전용 아이언 게이트댐은 지난해 철거됐습니다.
상류에 있던 콥코 1, 2댐과 존 C. 보일댐도 함께 철거됐습니다.
6천5백억 원 이상이 투입된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댐 철거 프로젝트였습니다.
거대한 호수가 사라지고 675킬로미터 길이의 강과 지류, 여의도 2.7배에 해당하는 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물 아래에 있던 땅이 밖으로 드러나서 그런지, 이 일대에서 빨래가 잘못 건조됐을 때 나는 그런 쉰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냄새가 조금 심하게 납니다.
그리고 댐을 부순지 불과 열흘 뒤, 연어가 돌아왔습니다.
[케네스 브링크/카룩 부족 부의장]
"비관적인 사람들은 10년이 걸릴 거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열흘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렇게 빨리 연어가 돌아올 줄 몰랐어요."
댐 철거는 대대로 클래머스강 유역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온 카룩 부족의 염원이었습니다.
녹조로 수질이 악화되고 강 주변 환경까지 함께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원주민들의 요구 때문에 댐을 철거한 것은 아닙니다.
클래머스 강의 변화를 모니터링 중인 데지리 털로스 교수는 댐 철거는 사실상 정부의 의지였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댐은 대부분 민간회사 소유.
그런데 정부가 환경 기준을 강화하고 거액의 관리 비용도 들도록 해 자연스럽게 철거를 유도했다는 겁니다.
[데지리 털로스 교수/미국 오리건주립대 생명환경공학과]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물고기들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고 발전회사가 댐 운영 허가를 받으려면 더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했죠."
매년 수십 개의 댐을 철거 중인 미국.
댐을 없애면 생태계 복원을 넘어 지역사회에 더 큰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미국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댐들도 미국의 댐들처럼 낡아가고 있고, 댐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 것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클래머스 강의 변화는 댐을 더 지으려고 하는 한국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케네스 브링크/카룩 부족 부의장]
"댐은 강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강 하류 사람들을 죽이죠. 우리는 연어를 위해서 싸운 게 아닙니다. 우리의 삶의 방식, 믿음, 의식을 위해서 싸웠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박주영 / 영상편집 :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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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박주영 / 영상편집 : 조민서
김민욱 기자(woo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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