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긴 이번 산불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산불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피해가 커지고 장기화되는 원인을 다시 따져보고, 대피와 구조 방법, 진화 인력 구성까지도 새롭게 수립하자는 겁니다.
정혜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잿더미로 변한 경북 영덕의 한 마을, 불길을 피해 집에서 빠져나온 80대 노부부는 멀리 가지 못한 채 길 위에서 숨졌습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30명, 이 가운데 28명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습니다.
대부분 제대로 대피하지 못하고 주거지 안팎이나 차량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다급한 나머지 공무원이 직접 차량을 몰아 고령의 주민들을 구출하기도 했습니다.
[청송군청 공무원 (음성변조)]
"어쩔 수 없이 트렁크까지 (어르신들) 제가 태우면서 이동을 했거든요. '진짜 여기서 차 한 번이라도 멈추면 죽겠구나'"
수시로 울린 재난문자는 큰 소용이 없었습니다.
문자 발송도 늦었고, 대피할 곳의 정보를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대피 장소 역시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재난 경보 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난 겁니다.
[김우철/안동시 길안면 구수리 이장]
"자기 일을 하다 보니까 또 어른들은 또 일일이 (휴대전화) 확인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방송을 해도 잘 못 들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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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숨진 산불 진화대원 3명은 모두 60대 기간제 근로자였습니다.
산불 진화대원은 크게 산림청 소속과 지자체 소속으로 나뉘는데, 전체 인력의 94% 이상을 차지하는 지자체 소속 진화대의 평균 연령은 62살입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힘들어도 어떡해. 해야죠. 직업이니까."
이들은 하루 8만 원 수준의 일당을 받고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습니다.
[강호상/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
"산불은 굉장히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입니다. 젊은 분들로 해서 비용도 많이 주고 그분들이 제대로 우리 자산을, 인명을 지키게끔 해야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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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헬기를 총동원했지만, 빈틈도 드러났습니다.
산림청 소속 헬기 50대 가운데 러시아산 8대는 부품 수급이 어려워 운행하지 못했습니다.
노후 문제도 심각합니다.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 헬기 70% 가까이가 생산한 지 21년이 넘은 노후 기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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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 관리를 위해 숲속에 만드는 길, '임도'를 놓고도 아쉬움이 나왔습니다.
소방차나 장비가 이동할 수 있는 임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임도는 1헥타르에 4미터 수준으로, 24미터 수준인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부족한 편입니다.
[김성용/국립경국대 산림과학과 교수]
"기후 변화 시대에 좀 따라가지 못했던 그런 정책들, 그런 예산들, 그런 인력들이 좀 지금 현재 좀 문제가 되지 않았나‥"
장비와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데에서 나아가 소나무에 쏠려 산불에는 취약한 우리 삼림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근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편집: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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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조민우
정혜인 기자(hi@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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