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대 최악의 산불이 가까스로 진화됐지만, 이런 대형 산불은 앞으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방 차량과 장비들이 산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 '임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박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9년 4월 식목일 전날 밤, 강원도 고성과 속초를 휩쓴 산불.
주민들은 6년이나 지났지만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 피해주민 :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아찔한데, 참 떠나질 않지.]
[2019년 고성·속초 산불 피해주민 : 그 말을 어떻게 다 해. 바람만 불면 무서워.]
산불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간 탓에 고통은 지금도 이어집니다.
[산불 피해 폐차장 사업주 : 우리는 완전히 탔는데도 우리는 다 보상도 안 해주고. 나는 지금도 연장하러 다음 주에 지금 가야 해요. OO은행에.]
집이 사라져 2년 넘게 컨테이너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산불이 남긴 후유증은 민둥산이 여실히 보여줍니다.
겨우 살아남은 나무도 숯과 검댕 범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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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덴 수일, 복구엔 수십 년이 걸리는 산불은 횟수는 빈번해지고 범위는 넓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연간 112일 가량이던 산불 일수는 2020년대 204일로 늘었습니다.
강원과 경북 동해안에 집중됐던 대형 산불은 경남과 충남, 전북 등 내륙과 서해안으로 번졌습니다.
이번 산불의 영향구역은 4만 8,239ha로, 여의도 면적의 166배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방 인력이 들어가는 길 임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실제 임도 모습인데요. 이 임도 밀도는 ㏊당 4.1m입니다.
미국의 절반도 안 되고, 일본의 6분의 1, 독일의 7.5% 수준에 그칩니다.
산림에서 100m 가량만 가면 임도에 닿는 독일과 달리, 한국에선 평균 1km 이상을 가야 합니다.
일일이 등짐펌프를 짊어지고, 최대 1천도 넘는 불길에 직접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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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대적으로 인구는 적고, 산림은 많은 지방 기초 단체는 재정 자립도가 열악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산불 예방 시설비와 임차 헬기 비용 등을 지자체 예산에서 써야 합니다.
초기 진화를 맡는 산불예방진화대 인원 중 70%도 60세 이상입니다.
한 번 대형산불이 났던 곳은 매번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산불 대응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또 다시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김진광 / 영상편집 김영선 / 영상디자인 김관후 허성운 한영주]
박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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