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민고는 국방부가 국민세금 수백억 원을 써서 세운 학교인데, 의아하게도 사립학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 학교를 두고 특정 성향의 인사들이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지, 또 위험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왜 학생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강연까지 하고 있는 건지 이덕영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국방부 돈으로 세운 한민고는 학교법인 한민학원 소유로 돼 있습니다.
한민학원의 이사진입니다.
3대인 현재 이사장은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국방부장관 출신인 김태영 초대 이사장과의 학연을 강조합니다.
[홍두승/한민학원 이사장]
"김태영 전 국방장관하고 제가 고등학교 동기고 해서‥"
2대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조정환 예비역 육군대장입니다.
이사진의 면면은 어떨까.
지난해 한민고에서 안보강연까지 했던 극우 성향 대수장 대표 출신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
[김형철/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 (지난 2019년 10월 26일)]
"어떻게 세운 국가인데 저 한 줌도 안 되는 쓰레기 좀비 좌파들에게 넘길 수 있습니까. 여러분 이미 전쟁은 시작됐습니다. 이 전쟁은 영적인 전쟁입니다."
이런 그가 지난 2월까지 8년 동안 이 학교 재단의 이사로서 학교를 좌지우지했습니다.
육군과 해군 출신들이 상임이사와 이사를 맡고 있고, 재단 감사는 고등군사법원장 출신.
이명박 정부와 군, 학연 등을 매개로 끈끈히 맺어진 이들이 한민고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극우적 성향을 학교 설립 직후부터 드러냈습니다.
설립 첫해인 지난 2014년, 한민고는 당시 뉴라이트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국사 교과서를 채택합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극소수 학교 중 하나였지만 학생들까지 반발하면서 결국 철회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국방부가 세금으로 설립한 이 학교가 사립학교로 취급받기 때문입니다.
국방부가 850억 원을 들여 학교를 세웠지만 정작 돈 한 푼 안 낸 사람들이 재단을 만들어 학교를 운영하는 이상한 구조가 됐습니다.
[홍두승/한민학원 이사장]
"국방부가 설립한 사립고등학교에요. 공공기관이 설립한 사립학교라는 게 논리가 성립하지는 않는데‥"
"학교법인을 설립하려는 자는 일정한 재산을 출연해야 한다"는 사립학교법을 처음부터 위반한 것입니다.
세금으로 세운 학교를 특정 정치 성향 인사들이 사유화하고, 그러면서 극우 인사들이 강연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입니다.
[한민고 관계자 (음성변조)]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서 태극기 부대 출신의 연사가, 하나회 출신이 와서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떳떳하게 강의를 하고 갈 수 있겠습니까? 그 상황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얘기를 못 하는‥"
군자녀 비율이 70%인 한민고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사관학교로 진학합니다.
한 해 평균 20여 명이 사관학교를 택했는데 특히 육사를 택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극우인사들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우리 군의 기둥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안규백/더불어민주당 의원]
"균형 감각이 치우친 이런 교육을 함으로써 제2의 12.3 내란을 양산하고 키워주는 그런 토대를 마련하지 않는가 싶은 이런 우려가‥"
학비를 내지 않는데도 대학 진학률이 높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민고등학교.
어렵게 선택받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특정한 정치적 이념이 주입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전인제 / 영상편집: 허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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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손지윤, 전인제 / 영상편집: 허유빈
이덕영 기자(deo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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