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월요일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국제 무역 질서를 흔드는 파괴력을 가진 관세 정책을 두고, 미국 새 행정부가 오락가락한 탓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성일 기자와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그 전 1주일에도 그랬고, 지난주에도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롤러코스터 타듯 급등락을 반복했죠?
◀ 기자 ▶
하루에 2% 정도 움직여도 급등했다, 급락했다 평가하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10% 가까이 주가가 움직였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었습니다.
열흘 전, 이틀 동안 20% 가까이 떨어졌던 애플 주가 하루 동안 15% 넘게 반등했고, 엔비디아도 20% 가까이 올랐습니다.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가장 큰 기업 주가 요동치는 것,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시장을 움직인 것이 소문, 말 한마디, 숫자 하나였다는 사실은 금융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상호 관세, 실제 부과를 미룬다는 소문에 급등했던 시장, 사실이 아니라는 백악관 입장 발표에 다시 곤두박질쳤는데, 바로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 실행 유예"를 발표하면서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2천조 원 보다 더 큰 돈이 하루 사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 앵커 ▶
관세 부과 90일 동안 하지 않는다는 발표는 주무 부처 장관도 몰랐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협상은 잘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드네요?
◀ 기자 ▶
협상 기한 90일뿐인데, 미국에 협상 의사를 밝힌 나라만 90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상호 관세 부과 기준 마련하고 협상해야 하는 미국의 주무 부서 무역 대표부, USTR 직원은 250명 수준입니다.
부족해 보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가장 작은 규모 협상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재협상 착수 선언부터 8달, 자동차·철강 관련 규정 논의만 5달 넘게 걸렸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미국과 교역규모 1조 5천억 유로, 2,500조 원에 이르는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부위원장이 내일 미국을 방문하는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정작 워싱턴을 비웁니다.
이같은 무성의 혹은 엇박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발언과 함께, 협상을 치를 준비가 됐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스런 평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 앵커 ▶
협상도 협상이지만, 미국 내부의 불안, 반발도 만만찮게 커지고 있죠?
◀ 기자 ▶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파는 물건 가격이 벌써 10~20%씩 올랐다는 현지 보도가 나옵니다.
중국산 제품에 '수입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물건값에 10% 정도 웃돈을 붙여 팔고, 한국산 선크림, 캐나다산 화장지 같은 수입품 사재기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25% 관세 부과가 시행된 자동차 품목 하나에서만, 수출업체, 미국 소비자들이 나눠 질 부담이 '200조 원' 전후라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판단을 보여주는 몇 가지 지수, 지난 1달 사이 10% 넘게 하락했는데, 그사이 불붙은 관세 부과 쇼크에 따른 불안심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지표가 나온 직후, 지난 주말 미국 행정부가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 반도체 제품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 정도로 불안심리를 잠재울지는 의문입니다.
◀ 앵커 ▶
미국 내 상황의 어수선함 때문인지, 중국의 반격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 기자 ▶
중국의 대응이 즉각적이고 공세적입니다.
지난주만 해도, 미국 백악관이 125%로 알려졌던 관세율을 145%로 정정하자, 바로 다음 날, 중국은 84%였던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올렸습니다.
민간에서도, 이른바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애국 소비 움직임이 읽히고, 미국인들에게 요금을 더 받겠다는 감정적으로 날 선 반응도 나옵니다.
중국이 트럼프 1기 관세 갈등 덕에 잘 준비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그보다 더 분명하게 달라진 것은 백악관의 입지입니다.
이달 들어 금융 시장에는 미국 국채 시장, 궁극적으로는 달러의 위상을 위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채 값이 관세 갈등 이후 약세를 보였습니다.
달러화 가치도 트럼프 행정부 발족 이후 1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9.11 테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미국이 만든 위기에서도 달러·국채는 강세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과격하고 예측 못 할 정책이 계속되면, 불안할수록 투자자들이 먼저 찾는 자산이라는 위상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해석이 따라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전쟁이 우리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을 각오하고 대비해야 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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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기자(si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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