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니콜(좌)과 1997년 5월12일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방문한 이건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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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틀어쥐고 나서 그룹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그야말로 눈부신 도약이었다.
취임식에서의 약속대로 첨단 기술산업 분야를 더욱 넓히고 해외사업을 활성화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서 토대를 닦았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들어 그룹의 주요 사업체를 분리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룹의 소유와 경영 체제를 명확히 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1991년 11월에는 신세계[04170]와 전주제지(현 한솔제지), 1993년 6월 제일제당(현 CJ)을 분리했고 1995년 7월에는 제일합섬을 떼냈다.
이에 따라 전자·중공업·화학 등의 핵심 사업군과 이를 뒷받침할 금융서비스 사업으로 사업 구조가 새롭게 짜였다.
그룹을 정비한 이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그룹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1987년 회장 취임 당시 이건희 회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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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4위였던 휴대폰, 애니콜로 국내 1위로 올려놔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그룹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자 이 회장은 또 결단한다.
1995년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하늘 아래 직원들이 모였다. 운동장 중앙엔 무선전화기 등 삼성 마크가 붙은 전자제품 15만점이 놓였다. 해머를 든 직원들이 제품을 모조리 때려 부쉈다. 이윽고 무선전화기엔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 부회장을 한 이기태 당시 데이터사업본부 이사는 "내 혼이 들어간 제품이 불에 탔다. 그런데 그 불길은 과거와의 단절이었다"고 회고했다.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삼성의 품질만은 믿어달라'고 외쳐댄 강력한 메시지에 시장의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1994년 국내 4위였던 삼성의 무선전화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