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이나 바다에 설치하던 태양광 발전 패널이 농지에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전북의 한 농촌에선 태양광 패널이 주거지 두 배에 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친환경을 위해 조성되기 시작한 태양광 패널이 환경 파괴 주범이 될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데, 농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장혁수 기자가 현장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 구자마을. 입구부터 태양광 패널이 보입니다.
주택가 바로 옆, 50m도 안되는 곳에 패널이 줄줄이 늘어섰습니다. 얼마나 많은지. 마을을 둘러싼 태양광 시설 면적은 25만㎡를 넘습니다.
규모가 주민 주거지의 두 배에 달해 마을이 아니라 태양광 발전 단지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이런 초대형 태양광 패널은 마을 주민이 소유 농지 위에 만들었습니다. 발전 용량은 연간 20MW 이상으로 약 40가구가 1년 쓸 전기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대규모 발전 설비가 너무 마을 가까이 생기다보니 주민 불만이 쌓이고.
축사 관계자
"태양광 주변 200m(주변)은 땅값이 X값이여."
농사도 잘 안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구자마을 주민
"(소) 수정이 안돼. 네 번씩 시도해도 안된대."
사업 허가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익산시 조례에 따르면 주거지 인근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선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일부 동의서에 누군가 대리 서명을 했다는 겁니다.
김영화 / 구자마을 주민
"그 분은 글씨를 몰라요. 이장하고 부녀회장하고 둘이 와가지고 사인해주라고…."
허가를 내 준 익산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원향 / 익산시청 도시개발과장
"주민 동의서를 받아가지고 가져오면 여기서 확인하는 절차를 갖죠."
하지만 동의서에 이름이 있는 주민에게 확인해 보니.
A씨 / 구자마을 주민
"(서명이 여기 기입이 돼있는데….) 난 몰라요. 난 안했어요. (모르신다고요?) 네. (안했다고요?) 네, 모르는 게 아니라 그런 적 없는데."
송지영 / 익산시청 도시행정계장
"(A씨가 본인은 서명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저희가 이게 진짜 동의를 했냐 안했냐 그것까지는 가려서 할 수 없어요. 일을 진행하면서…."
전국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는 2018년 3440곳에서 2020년 6542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완도에서 태양광 업자에게 돈을 받은 이장이 동의서를 조작한 혐의로 고발되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는 상황.
신재생 에너지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정부가 장려한 농촌 태양광 발전 사업이 곳곳에서 갈등을 부추긴단 지적입니다.
구자마을 주민
"이미 다 끝났는데 (얘기)해봤자 무슨 소용이요."
현장추적 장혁수입니다.
장혁수 기자(hy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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