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모습의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후 수척해진 모습으로 당 대표실 앞을 걸어가고 있다. 2023.9.17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정치 운명이 걸린 시험대에 올랐다.
병상에서 외친 '부결 요청'에도 결국 비명(비이재명)계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헌정사상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법원의 영장 심사를 받게 되면서 구속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이 대표의 운명은 이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또는 기각에 따라 갈리게 됐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 대표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 20일로 반년 넘게 정치 활동 자체에 제약을 받는 위기에 처한다.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던 사법 리스크에 끝내 발목이 잡히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일선으로부터 강제 격리되는 셈이다.
공천권 행사는 둘째치고 당 대표직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비명계는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조기 전당대회 혹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리스크'를 털어낸 새 지도부로 총선 모드에 돌입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이미 오래됐다.
이 대표를 결사옹위해 온 친명(친이재명)계도 이 대표가 구치소에 수감된 이상 더는 방어 논리를 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한 비명계 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구속 즉시 이 대표 체제는 무너진다"며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도 예전만큼의 당내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해진 민주당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예상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9.21 hama@yna.co.kr
반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이 대표로선 극적으로 정치적 반격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영장 기각은 검찰의 '정적 제거용 탄압 수사'를 방증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다.
여권을 향해 대대적 역공을 가하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에 일찌감치 쐐기를 박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측근들 사이에선 2020년 경기지사 시절 대법원 파기환송심 무죄 판결로 기사회생하며, 다시 대선 가도가 탄력받았던 장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상처 난 리더십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전날 의원들에게 '부결 요청'을 했음에도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진 것은 사실상 비명계의 '결별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친명계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영장 기각을 받고 돌아온다 해도 당분간 분란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결파에게 섭섭할테지만 그래도 당은 단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지 고작 3개월 만에 말을 바꿨다는 지적 역시 뼈아픈 '꼬리표'로 내내 이 대표를 따라다닐 수 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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