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저희는 19살이고, 만 나이로는 18살이고. 조금 전에 학교 갔다 왔어요."
지난달 30일 경기 구리시장 내 붕어빵 노점에서 분주하게 붕어빵을 만들던 김민재(18)군과 정승현(18)군은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교복 차림을 한 이들은 점포 옆 의자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고객을 맞았는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붕어빵 노점은 주로 중장년층이 운영했죠.
그런데 최근 이 붕어빵 노점에 젊은 층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노점·방문 판매 및 통신 분야 종사자의 절반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길거리 노점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군은 "저희가 돈이나 경험이 부족한데, 붕어빵은 그래도 할 만해 보여서 도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고3 사장은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어엿한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김군은 "가려고 하는 대학교 등록금을 나라에서 50%만 내준다고 해서 남은 50%는 다 제가 내보려고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정군은 "돈보다 경험을 쌓을 목적으로 시작했다"면서 "나중에 마케팅 쪽으로 성공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죠.
영업 방식도 중장년층과 다른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영업시간과 이벤트를 공지하고, 앱을 활용해 전단을 만듭니다.
큰 목소리로 인사해 눈길을 끄는 것도 일종의 영업 방식이죠.
김군은 "'안녕하십니까, 붕어빵 드시고 가세요'라고 인사하면 '인사 안 했으면 안 왔는데 인사해서 왔다'며 오는 고객이 많다"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호기롭게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높은 물가가 곤란한 건 일반 상인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2년 사이 붕어빵 주재료 가격은 밀가루 36.5%, 설탕 34.5%, 식용유 47.9%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런 탓에 가격 책정부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군은 "2마리에 1천원, 5마리에 2천원, 8마리에 3천원씩 팔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만 이윤을 남기고 최대한 싸게 팔아보려고 한 가격이 이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붕어빵을 산 시민 정수정(24)씨는 "요즘은 붕어빵이 너무 비싸서 1개에 1천원이 넘는 곳도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곳보다 싸게 팔아서 되레 걱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장은 친구들의 의견을 받아 김치붕어빵, 피자붕어빵 등 메뉴 개발도 고민 중이라는데요.
추운 겨울을 녹이는 달콤한 붕어빵. 고3 사장들의 열정도 타오릅니다.
< 기획·구성: 한지은 | 촬영: 이동욱 | 편집·그래픽: 이다예 >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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