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마저 '집단행동' 조짐…삭발·사직에 '겸임해제' 논의(종합)

2024.03.05 방영 조회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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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하는 강원대 의대 교수들 [강원대학교 의대 교수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연합뉴스) 김잔디 서혜림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대규모 면허정지 등이 임박한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집단행동' 조짐이 확산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징계와 의대 증원에 반발해 공동 성명을 내고, 삭발식을 단행했다. 사직 의사를 밝힌 의사마저 잇따르고 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들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소송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의대 강의와 함께 병원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방안마저 논의되고 있다. 울산대병원에선 교수들 대부분이 사직이나 겸임 해제에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까지 나왔다. 전공의 복귀가 요원하고 인턴들마저 임용을 대부분 포기한 상황에서, '빅5'병원 전임의들마저 대거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은 설상가상으로 악화하고 있다. 오늘부터 전공의 면허정지·처벌 절차 개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제자 지키겠다"…'공동성명·소송·삭발·사직' 잇따라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대규모 행정처분을 강행하면서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처벌 강행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동 성명, 삭발식, 사직 등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강원대 의대 앞에서는 이 대학 교수들이 삭발을 단행했다. 삭발식에서 교수들은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강원대는 기존 의대 정원 49명의 3배에 육박하는 140명으로 증원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날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2025학년도 의대 2천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복지부 장관에게 고등교육법상 대학교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므로,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는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잇따랐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의 한 교수는 이날 정부의 전공의 처벌 강행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교수는 SNS에 올린 글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에서도 한 외과교수도 SNS에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사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광대에서도 대학의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한 의대 학장 등 교수 5명이 보직 사임했다. 앞서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 빈자리 계속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의대 교수들 '집단행동' 움직임…빅5 병원 전임의도 '절반' 이탈 의대 교수들이 성명이나 삭발, 사직 등을 넘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날 열린 긴급 교수간담회에서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은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대 의대 교수 10명 중 7명은 전공의 사법처리에 반발해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대부분의 의대 교수는 학교 강의와 병원 진료를 동시에 하는 '겸직' 신분인 경우가 많은데, 겸직을 해제해 환자 진료를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학교병원, 강릉아산병원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참여한 605명 중 469명(77.5%)이 겸직 해제와 사직서 제출 중 하나 혹은 둘 다 실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정부가 전공의의 사직을 못하게 막고 있는 현 상황을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는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메우고 있는데, 교수들이 겸직을 거부하면 그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전임의들의 현장 이탈도 가속하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을 말한다. '빅5' 병원으로 분류되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전임의의 '절반' 정도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새로 계약해 출근을 앞두고 있던 전임의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레지던트를 마치고 올라오는 신임 전임의를 중심으로 이탈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만큼은 아니지만 전임의 역시 일부 이탈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돌아오라고 독려 중이다. 전임의 재계약은 통상 2월 말이나 3월 초에 이뤄지는데, 서울대병원은 이달 중순까지만 근무 의사를 밝히면 되도록 기간을 대폭 유예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임의 전체로 보면 절반보다는 적지만, 꽤 빠져나간 상황이어서 병원 차원에서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진료 기다리는 긴 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병원들 "더는 못 버텨"…병동 통폐합·병상수 축소 나섰다 전공의에 이은 전임의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이제 병원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들은 수술을 축소하고 진료를 연기하던 데에서 더 나아가 병동을 통폐합하고, 병상수를 대거 축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서울대병원은 병상 축소 운영 등을 검토하면서 남아있는 인력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수술 축소에 따른 입원환자 감소 여파로 암 단기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암 단기병동은 암환자들이 항암 치료 등을 위해 단기로 입원하는 병동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면서 한정된 자원으로 병상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고자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검토만 이뤄진 상태"라며 "병상수를 조정하는 거지 단순히 병동을 없애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상급종합병원들도 상황이 길어질수록 병동 통폐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내부 검토 중이다. 이미 수술을 축소하면서 입원환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여러 병동에 분산한 환자를 한곳으로 모으는 게 환자 관리와 돌봄에 더욱 용이할 수 있어서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병동 통폐합은 병원들이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검토하는 여러 안 중에 하나"라며 "감염 관리 때도 그렇고 병동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건 어느 병원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체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은 이번 주 중으로 간호·간병 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더불어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수도 20개에서 8개로 축소하는 계획을 세웠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매주 수, 목요일 외과 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진료 지연 안내'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환자수 줄자 직원들에 "무급휴가 가라"…환자들 고통은 '눈덩이'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되자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병원도 등장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경희대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떨어진 데 따라 의사 외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은 간호사나 사무직, 보건직, 기술직 등의 일반 직원들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전국 병원들에서 무급휴가를 강요한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환자가 감소해 병원의 수익이 악화하자 무급휴가로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의료공백'이 극심해지면서 죄 없는 환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전립선암 4기로 치료를 받다 2주 전 퇴원한 김모(56) 씨는 전날 혈뇨로 119구급차를 타고 이 병원을 찾았다가 구급차에서 3∼4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아내 이모(55) 씨는 "병원에서 진료를 못 본다고 구급차에 계속 대기하라고 했다"며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구급차와 구급대원들 발을 묶어 놓는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고 토로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의료공백 속에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의료계는 '나 몰라라'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고, 정부가 준비한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해 고통과 피로도는 점점 치솟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jand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연합뉴스 20240305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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