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뽀시래기들 밥 처묵는데이…" "신라 잡것들 아침밥 한다…"
'잡것'은 물건뿐 아니라 '잡스러운 사람'을 가리킵니다.
"잡것들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했건만 네놈들이 바로 그 화적떼들이구나."
김민기는 '뒷것'을 자처했습니다. 뒤에서 스타들을 키워 빛내는 '사람 농사꾼' 이었지요.
조선시대 조정에 이런 말이 나돌았다고 합니다. '지방 수령 한 번 나가면 3대가, 경상감사는 7대가 먹고산다.'
영조가 친필을 보내 경상감영 기둥에 걸게 했습니다.
'네가 받는 녹봉은 백성의 피와 살이다. 아랫것이라고 쉽게 괴롭히지만 하늘을 속이지는 못하리.'
안세영 선수의 폭로가, 문체부 중간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배드민턴협회는 앞뒤 위아래가 뒤집힌 복마전이었습니다.
선수들을 뒷바라지해 빛내야 할 '뒷것'이 상전이었습니다.
체육계에서 폐지된 상명하복 규정이 이 협회에만 살아 있었습니다.
'선수는 지도자-협회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후원금 20퍼센트를 국가 대표에게 나눠준다는 규정은 몰래 삭제했습니다.
선수들은 신발과 라켓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후원사의 보너스 물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정황이 나왔습니다.
일부 임원은 후원사 유치 성공보수를 챙겼다고 합니다.
문체부는 "횡령과 배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사격연맹이 선수 포상금은 안 주면서 직원 성과급은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총은 선수들이 쏘고, 돈은 직원들한테 쏜 격입니다.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며 한 말들이 듣기에 껄끄럽습니다.
"유동규 밑의 직원에 불과하다" "하급 실무자가 시장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실무 팀장 정도인데 시장에게 말 걸기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가 자처해온 '머슴론'이 무색합니다.
"여러분이 고용하고 있는 4년제 계약직 머슴 이재명입니다."
새끼발가락을 다친 시인이 아랫것의 힘을 깨닫습니다.
'어찌 발가락뿐이랴. 세상을 받치고 지탱하는 숨은 힘.' 그 꿋꿋한 힘에, 걸맞은 대접과 영예가 따르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입니다.
9월 11일 앵커칼럼 오늘 '윗분, 아랫것'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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