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글로벌 전력난 속 원전 수혜…K-원전 '체코 잭팟'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앵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중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입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한때 에너지난이 벌어지고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향후 전력 수요 급증이 전망되면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재생에너지가 자연 현상에 따라 출력 변화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비중을 확보하기 위한 원전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는데요. 원전 비중이 늘어날수록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폐기물 처리 시설 건설 문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먼저 국제적인 원전 수요 흐름을 강재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전 세계 '탈원전 스톱' 바람…원전 다시 돌리는 유럽·일본 / 강재은 기자]
[기자]
지난달 스위스는 탈원전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는 법안 개정 제안서를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는 7년 전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국민투표로 확정했는데, 이 법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강국 스위스는 수력 의존도가 50%가 넘으며, 원자력은 전체 전력 생산의 3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다가, 이를 철회한 국가는 스위스뿐만이 아닙니다.
이탈리아는 35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소형 모듈 원자로, SMR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프랑스도 25년 만에 신규 원전 가동을 승인하며 플라망빌 원전 3호기가 지난 2일 핵분열을 시작했습니다.
일본도 2022년 발표한 국가 에너지 정책에 차세대 원전을 건설하고 기존에 있던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계획을 담았습니다.
탈원전을 선언한 뒤 여전히 이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작년 4월 모든 원전을 폐쇄했는데, 이후 전기 요금이 급등하자 탈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에너지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은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의 단계적 폐지를 생각해보세요. 기후 보호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비용을 급격히 상승시켰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흐름이 변화한 데는 원자력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은 태양광 등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보다 날씨나 지형에 영향을 받지 않아 공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봉쇄되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던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값이 싸고 국제 정세에 덜 민감한 원자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커진 겁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반도체, 전기차 등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도 이런 흐름을 가속했습니다.
(지난 5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전기화가 진행되고 공장들이 온라인화되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깨끗한 기초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원자력은 그 해결책 중 하나입니다."
대만도 TSMC 등 반도체 산업 육성과 미래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2030년에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올해 원자력 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22% 늘어날 것이며, 내년에는 그 증가 폭이 역대급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합뉴스 강재은입니다.
#원자력 #원전 #탄소중립 #친환경에너지
[이광빈 앵커]
전 세계적으로 건설 중이거나 건설을 검토하는 원전만 수백기에 달하는데요.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겪은 만큼, 원전 안전 문제는 계속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출력 조절이 가능한 소형 모듈 원전 개발에 주요국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성승환 기자입니다.
[새로운 거대시장 된 '원전'…전 세계 수요 폭증 / 성승환 기자]
[기자]
우리 정부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시키며 탈원전 기조에서 돌아선 건 지난 2022년 9월. 유럽연합이 일부 천연가스와 원자력 활동을 '녹색'으로 분류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지 두 달 만이었습니다.
(2022년 9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경제활동을 포함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후 전력 소모량이 높은 데이터 산업과 인공지능, 전기차 시장 등이 커지면서 글로벌 원전 수요는 그야말로 폭증하는 모습입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원전은 439기,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전만 152기에 달합니다. 일정은 미정이지만 건설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인 원전도 344기에 이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건 '원전 굴기'에 나선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양국이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은 90여기, 현재 짓고 있거나 건설을 추진 중인 원전은 279기에 달합니다.
두 국가를 제외한 세계 원전 시장에선 산업 성장세가 빠른 인도 등 남아시아와 탈석유에 대비하는 중동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프라 확대에 나선 아프리카에서도 가나와 케냐, 르완다, 우간다 등의 국가가 차례로 원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주요국들이 탈원전 폐기에서 나아가 미래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한 새 기술 개발 총력전에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 모듈 원자로, SMR이 그 핵심에 있습니다. SMR은 최대 출력량이 대형원전의 5분의 1수준인 미니 원자로인데, 높은 안정성과 건설 장소에 제약이 없다는 점 등이 장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80여 종이 개발되고 있는 이 기술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2022년부터 세계 최초로 해상 부유식 원자로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유럽연합도 2030년까지 첫 번째 SMR 가동을 위한 연합체를 출범시키며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황. 우리 역시 내년까지 한국형 SMR 설계를 완료하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시선이 원전으로 돌아선 가운데, K-원전이 에너지난의 해결책이자 새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성승환입니다.
#원전 #친환경 #SMR
[진행자 코너]
원자력발전 비중이 늘어나면 처리할 방사성폐기물의 양도 늘어납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에서 자체 보관하거나 방사성폐기물 매립지에 수용합니다. 원전 자체 보관량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원전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방폐장 건립은 필수적인 문제인데요.
이 때문에 원전 상위 10개국은 대부분 부지 선정에 착수하는 등 방폐장 건설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인도만 아직 방폐장 건설 계획조차 없습니다. 이미 원전의 자체 보관량은 턱 밑까지 차올랐는데 말입니다.
이미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90% 정도입니다. 202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예정입니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과 경북 울진의 한울원전도 앞으로 6∼7년 후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전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약 1만 9천톤 정도에 달합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추가 원전 건설 등을 감안하면 2080년쯤까지 총 4만4692t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방폐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원전을 멈춰 세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폐장 건설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언제 갖춰질지 오리무중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고준위방폐물관리 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뤄졌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건립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탓이데요. 22대 국회 들어서 특별법이 다시 발의됐지만,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데에는 원전 확대에 대한 찬반 관점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인데요.
공직자들이 '내 임기 중에는 결정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님투'(Not In My Terms Of Office)식 무사안일주의적 행태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대방 탓만 해선 법 제정 논의가 탄력을 받기 어려울 텐데요. 이번엔 실효적인 논의가 이뤄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광빈 앵커]
해외의 원전 수요 증가는 우리 원전 산업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체코 원전 수주는 우리나라의 원전 분야 경험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유럽 시장으로의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원전 '도미노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인데요. 임혜준 기자입니다.
['체코 잭팟' 터진 K-원전…글로벌 수주 기대감 / 임혜준 기자]
[기자]
지난 7월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한국을 단독 선정했습니다. 프랑스는 대통령까지 나서 수주전에 열을 올렸지만, 마지막 순간 팀 코리아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며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의 본산지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입니다."
이번 수주는 그동안 한국이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높은 기술력에 비해 저렴한 건설 단가, 또 그동안 건설 공사 시한을 준수해온 경험이 모여 큰 장점으로 작용했단 분석입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당 3,571달러로, 프랑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차별화 된 현지 맞춤형 수주 노력도 한몫을 했습니다. 체코 정부의 원전 계획 발표 이후 각종 봉사활동과 문화교류로 쌓아온 지역 유대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한수원은 이번 수주를 발판 삼아 한국 원전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의 폭도 보다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전으로의 회귀 움직임이 뚜렷한 유럽 국가들의 추가 수주 가능성을 내다보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한수원은 지난 2022년 네덜란드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신규 원전 수주를 추진 중인 스웨덴과 오는 11월 원전 건설을 위한 국민 투표에 나서는 슬로베니아도 기회의 땅으로 거론됩니다.
"외교적인 것들을 무시하고 기술적인 것이나 경제적인 선택을 해도 괜찮겠구나 이런 판단을 다른 나라한테 줄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의 경쟁국들이 굉장한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 기대감에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2029년까지 62기 이상의 원자로 수주를 목표로 생산 설비 증설에 1조원가량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대우, GS 등 건설사도 내부 개편으로 원자력 분야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인력 영입에 한창입니다.
글로벌 원전 '도미노 수주' 쾌거를 위해선 정부의 외교전과 함께 상대국이 원하는 산업 협력 등 패키지 발굴 노력도 꾸준히 병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K_원전 #체코
[이광빈 앵커]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5월 전력 수급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계획 실무안을 보면 2038년까지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건설해 전력의 원전 비중을 35.6%로 늘리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지난해 원전 비중은 31.5%였습니다.
동유럽 국가들과 개발도상국 등에서 원전에 대한 수요가 올라갈수록 한국형 원전의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국내 원전 관련 산업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안전하기만 하다면, 지금 세대는 원전의 혜택을 누려왔고, 앞으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품을 소비하다 보면 쓰레기가 남듯이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남깁니다. 쓰레기도 처리 절차가 있듯이, 사용후핵연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일반 쓰레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다뤄야 하는 데다 막대한 비용도 발생합니다.
원전의 혜택을 누리기만 하고 책임을 다음 세대로 떠넘겨선 안 되겠죠.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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