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75년 동안 동업 관계를 유지해 왔던 두 기업이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액주주들까지 여기에 뛰어들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김지성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고려아연은 반도체, 이차전지 같은 첨단 산업에 아연, 동, 은 등을 공급하는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입니다.
1949년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이 1974년 계열사로 설립했는데, 이후 영풍은 장 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경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배당 등을 둘러싸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며 두 집안 분쟁이 본격화했습니다.
영풍이 최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여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고려아연의 생산 거점이 위치한 울산시는,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로 규정하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김두겸/울산시장 :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
MBK는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며, 무분별한 투자를 일삼은 현 경영진에 회사를 맡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 :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고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고 재무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현금을 물 쓰듯 하는 거다, 이거는.]
일부 소액주주도 고려아연 지키기에 동참하고 있고, 고려아연이 제련소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호주 정재계에서도 MBK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이 분쟁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박남규/서울대 경영대 교수 : (고려아연은) 굉장히 중요한 기간산업 중의 한 축이거든요. 외부 기관들이 관여를 하기 시작하면 예측하기 힘든 결과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기간산업을 사모펀드 손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전을 넘어 지분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에 고려아연의 주가는 오늘(19일)도 6% 이상 올랐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최학순 UBC, 영상편집 : 김호진, 디자인 : 김나미, VJ : 정한욱)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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