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2일) 치러진 연세대학교 수시 자연 계열 논술 전형에서 시험 전에 문항이 유출됐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감독관이 가지고 있는 시험지에 인쇄된 도형이 보여서 문제 유형을 짐작할 수 있었고, 시험 시작 전에 온라인에 이미 관련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겁니다. 또 이 시험 한 문항에서는 오류가 발견돼 시험 시간이 연장되기도 했습니다. 이날 응시생은 9천 명이 넘었는데, 여러 학생과 학부모들이 재시험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연세대학교에서는 어제 수시 자연 계열 논술 전형 시험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시험 1시간 전, 일부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먼저 배부돼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험은 오후 2시에 시작하는데, 낮 12시 52분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논술 시험 문항과 관련한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감독관이 시험지를 정리하는데 1문항 그림이 보인다"는 제목에, 게시글 본문엔 "정사각형 4개 등분되는 직사각형 그림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낮 1시가 조금 넘어서는 "우리 고사실에선 시험지를 줬다가 걷어갔다",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면 벡터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시글도 올라왔습니다.
시험 후에는 "1시 10분쯤에 문제지 답안지 연습지 다 나눠주고, 1시 20분 넘어서 문제지도 잘못 줬다고 다시 회수했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 논술 시험엔 단답형 문항 6개, 서술형 문항 4개로 총 10개의 문제가 나왔습니다.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1번 문항은 10점짜리였습니다.
[김모 씨/연세대 논술시험 응시생 : 추후에 문제 직접 받고 보니까 진짜 그 사람이 말했던 그런 형태의 도형이 그대로 나와서 놀라긴 했죠. (문제를 먼저 봐뒀으니) 암산을 한다거나, 관련된 걸 더 찾아본 친구들은 좀 더 이득을 챙기고…]
문항 오류도 수험생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10점짜리 4-2번 문항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원래 'b'로 적혀 있어야 했던 부분이 'a'로 잘못 표기된 겁니다.
연세대학교 입학처는 시험 당일 "시험 종료 30분 전에 수정사항을 공지하고, 수험생 모두에게 시험시간을 20분 연장해 줬다"는 공지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시험시간 20분 연장 조치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모 씨/연세대 논술시험 응시생 : 누군가는 4-2번에 30분을 썼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거 마지막 문제니까 좀 어렵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을 수 있잖아요. 학생 간의 차이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거죠.]
교육부는 "교육부가 개별 대학의 입시 상황에 대해서 원칙적으로는 관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사실 관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부에도 민원을 제기하고 재시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모 씨/연세대 논술시험 응시생 학부모 : 공정성에서 이미 어긋난 거라고 생각해요. 그 아이들이 이미 문제를 다 봤는데. 이게 (문항) 몇 번은 맞게 하고 이건 아닌 것 같고, 재시험을 원합니다.]
연세대학교는 한 고사실에서 오후 12시 55분에 시험지가 미리 배부되고 1시 10분쯤 다시 회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세대학교는 "사실관계부터 확실히 확인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면서도 "재시험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영상편집 지윤정 / 영상디자인 정수임 허성운]
이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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