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결혼과 출산은 별개"…100명 중 5명은 비혼출산
[오프닝: 정영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정영빈입니다. 한국 사회의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지금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정영빈 기자]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득남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혼출산'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됐습니다. '비혼출산', 그러니까 말 그대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그에 따라 가치관도 변화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반드시 결혼이라는 틀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혼 출산'이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시 말하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인 관념, 즉 결혼을 해야 출산을 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여전히 지배적인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요. 비혼 출산을 선택한 부모들은 이런 전통적인 관념과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데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마주해야 하는 장애물도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김유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결혼·출산 따로" 비혼출생 1만명…양육비·돌봄은 한계 / 김유아 기자]
[기자]
모델 문가비는 '축하해준다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며 SNS를 통해 득남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어 친부로 밝혀진 배우 정우성이 "결혼은 하지 않아도 양육 책임은 지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비혼 출생' 논의에 불을 붙였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상 미혼인 상태에서 낳은 아이를 뜻하는 '혼외자' 수는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23만명 중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해 4.7%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주택 청약 등에서 미혼이 유리한 탓에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이른바 '위장 미혼'도 있어, 비혼 출생 자체가 급격히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혼 출생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13세 이상 인구 10명 중 4명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10년 전 이런 응답자 비중은 22%였는데, 줄곧 늘어왔습니다.
미혼인 A씨도 올초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주변으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 A씨/경북 경주시>
아직까지 연세 있으신 분들은 좀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거 같고. 나이 비슷한 또래 애들은 응원을 더 많이 해주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양육비입니다.
출산 초기에 양육비 분담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결국엔 끝까지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도 책임을 강제할 제도가 없다는 겁니다.
둘이 키운다는 것이, 한 집에 같이 살지 않아도 책임을 다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상당수는) 책임을 지지 않아요. 내가 돈이 있든 없든 간에, 없으면 노력해서 양육비를 줘야죠.
12년 전 홀로 아들을 낳은 B씨는 국가의 돌봄 지원을 꾸준히 받지 못해 직장을 여러 차례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 B씨/인천시>
애기 봐줄 사람이 없어서, 정부 돌봄을 이용하긴 했지만 중간에 공백들이 생겨서 이용 못 한 적도 되게 많거든요. 일을 관둬야 한 적도 있었고….
부모의 결혼 유무에 따라 아이를 혼중자나 혼외자로 구분하는 법률용어가 폭력적이라는 견해도 나오는 상황. 이를 바꿔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유아입니다.
#비혼출산 #미혼모 #정우성 #문가비
[정영빈 기자]
그렇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출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외에서는 이미 비혼출산 비율이 크게 늘면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또하나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내용은 김수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꼭 결혼해야 애 낳나요"…인식변화가 저출생 해법될까 / 김수강 기자]
[기자]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서, 비혼 출산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4명은 결혼 없이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는데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가족 형태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굳이 결혼을 해서 낳아야 하는지 비혼으로 낳아야 하는지 이런건 중요하지 않고 아이한테 어떻게 하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을…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생기고 나서 결혼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아이에게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
그래도 부모가 결혼을 한 상태에서 애를 낳는 게 조금 더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좀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고 혼외자로 사는게 조금 많이 힘들 것 같고…
하지만 비혼 출산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낯선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비혼 출생아 수는 1만 900명으로, 전체 출생아 중 4.7%를 차지해 역대 최대 비중을 기록했지만, OECD 평균인 42%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비혼 출산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60% 이상, 영국·스페인 50% 이상… MZ세대를 중심으로 출산과 가정의 형성에 있어서 다른 가치관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라는 것을 지금 학자들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동반되면, 비혼 출산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비혼 동거 가정이 우리나라에서 법적인 가정의 하나로서 받아들여지고 제도적인, 다양한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라고 보고 있고요.
해외에서는 이미 비혼 동거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동반 가족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과 영국의 시민결합(Civil Partnership)은 비혼 동거 커플에게 혼인과 유사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고, 스웨덴의 동거법은 자녀 복지를 포함한 동거 가정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평등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비혼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고,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수강입니다.
#비혼출산 #저출생 #정우성
[진행자 코너]
앞서 보신 것처럼 해외에서는 비혼출산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프랑스의 사례 보겠습니다. 2020년 기준 프랑스의 평균 비혼 출산율은 62.2%에 달합니다.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 1위입니다. 결혼을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를 둔 가정에 각종 수당과 지원금을 동일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비혼 출산율이 높아지며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습니다. 2022년 프랑스의 출산율은 1.8명으로, 같은 시기 한국의 출산율 0.78명에 비해 두 배가 넘습니다. 네덜란드의 가족형태는 4가지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혼한 부부, 등록파트너십 커플, 동거 계약서를 작성한 커플과 이런 계약없이 동거하는 커플 등인데요, 네덜란드 역시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가 있으면 수당 등을 똑같이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에 네덜란드에서도 비혼 출산율은 53%에 육박하고 있고 2022년 기준 출산율은 1.49명에 달합니다.
주목할 점,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공통점은 출산율이 추락하던 시점에서 결혼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주면서 혼외 출산율이 늘어났고 동시에 전체 출산율도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책의 포인트를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아이에게 맞추기 시작했더니 출산율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얘기일텐데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 반면교사가 될만한 얘기입니다.
최근 들어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출산은 여전히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행위에 대해서, 뒤에서 수근거리고 손가락질 하는 문화가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에 비해 비혼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혼인 건수가 줄어들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혼인건수 잠정치는 19만 3천여 건. 지난 2013년 32만 2천여 건과 비교하면 10년새 40% 혼인건수가 줄어든건데, 올해 예상되는 합계 출산율 0.68명보다 앞으로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출산으로 촉발된 비혼출산 논의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도 비혼 출산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가족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올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등의 논의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영빈 기자]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 출산으로 촉발된 '비혼 출산' 논의는 정치권으로 옮겨붙는 모습입니다. 대통령실에서는 '비혼출산아'가 차별없이 자라도록 지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고 국회에서도 관련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윤솔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이 위해 혼인 유지는 편견"…차별 해소 입법 노력은 / 윤솔 기자]
[기자]
혼인으로 묶이지 않은 새로운 가족 형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제에 정치권의 목소리도 더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올린 SNS 게시글을 계기로 관련 논의에 더 불이 붙은 겁니다.
이 의원은 "아이 낳은 부부가 이혼하는 게 허용되고 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남녀가 혼인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의원은 동거와 부양의 의무가 반드시 혼인으로 이어져야 하는 건 아니라며, 이같은 생각에서 이혼 가정을 향한 편견이 생길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실제 입법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최근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을 띄웠습니다.
법률혼의 방식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동거인으로서의 관계를 부여해 혜택을 주고, 아이가 태어나면 보호해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주자는 겁니다.
단 한명이 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모두 보호해줘야 되고, 그 아이들이 더 건강한 가정의 품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생활동반자법'도 재발의가 예고돼 있습니다.
혼인 여부나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 생활동반자로 등록하면 민법상 혜택을 적용받도록 하는 게 골자인데, 동거인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에게도 안정적인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족 관계의 다양성 논의가 전통적인 질서를 중시하는 종교계의 목소리와 닿으면 거센 반대에 부딪힐 여지도 있습니다.
정치권 논의 시한이 임박한 과제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를 제한한 가족관계 등록법에 제동을 걸었는데,
헌재는 혼인하지 않았더라도 생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며, 내년 5월까지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등록동거혼 #생활동반자법 #헌법재판소
[정영빈 기자]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SNS에 올린 글입니다. 혼외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는 제안입니다. 그러니까 혼인 이외의 출산 자녀를 혼외자라고 부르는 것이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서 아이를 구분지어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편견을 조장한다는 주장입니다. 부모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는 시각이자 아무런 책임도 없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용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혼외자가 아닌 그냥 아들이나 딸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얘기입니다.
실제 혼외자라는 용어에는 사생아와 마찬가지로 기혼자의 외도로 인해 태어났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혼출산에 혼외자라는 용어가 사용되면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사회적 편견이나 선입견에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가 누구든, 어떤 형태의 부모나 가족에서 태어났든, 태어난 아이가 사랑과 관심, 지원을 받으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댈 때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김경수
AD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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