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 27일 내린 첫눈이 이틀째 계속되는 가운데 폭설이 집중된 경기지역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구조물이나 나무가 넘어지는 사고가 잇달았고, 결빙으로 인해 교통 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도로가 통제되고 열차가 지연되면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너진 철제 그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ou@yna.co.kr
◇ 제설작업 중 사망사고 잇달아
28일 오전 5시께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에서 집 앞의 눈을 치우던 60대 남성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는 제설 작업을 하던 이 남성의 머리 위로 눈이 쌓인 나무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7시 26분 평택시 도일동의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오전 8시 40분께에는 양평군 옥천면의 농가 내 천막형 차고에서 제설 중 붕괴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눈이 시작된 지 이틀간 제설작업 중 일어난 사고로 숨진 사람만 3명에 달했다.
양평서 제설작업 중 무너진 농가 차고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ol@yna.co.kr
◇ 곳곳서 붕괴·정전·교통사고
28일 오전 6시 38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SKC 공장 내 인테리어 필름 보관 창고가 쌓인 눈 때문에 무너졌다.
SKC 공장 창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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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사고 수습으로 인해 현장은 통제된 상태이다.
앞서 27일 오후 9시께 평택시 고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지붕이 붕괴했고, 비슷한 시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아파트와 영화동의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주차장에서 차량을 빼내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밖에 과천과 시흥에서는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이재민이 발생했고, 안성에서는 육교 지붕이 붕괴했다.
이번 눈이 물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이다 보니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천장 및 지붕면이 무너진것으로 파악됐다.
지하주차장 입구 무너진 수원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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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사고도 이어져 화성시는 안전 안내문자를 통해 28일 오전 2시 40분 봉담읍 내리 일대가, 이어 오전 4시 17분 서신면 홍범리 일대가 각각 정전돼 복구 중이라고 시민들에게 알렸다.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빙판이 형성된 탓에 교통사고도 줄을 이었다.
27일 오후 11시 30분께 용인서울고속도로 용인 방향 광교상현IC 부근에서 화물차 1대와 승용차 6대 등이 부딪히는 7중 추돌사고가 나 2명이 다쳤다.
평택시흥고속도로 시흥 방향 송산포도휴게소에서는 눈이 쌓인 출구를 지나던 대형 트레일러가 멈춰서면서 차량 여러 대가 수십분간 갇히는 일도 있었다.
◇ 출근길 대란…도로 통제되고 전철운행도 차질
이틀간 누적 적설량이 많게는 40㎝ 이상을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출근 대란이 빚어졌다.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출근을 위해 거의 무릎까지 쌓인 눈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아파트서 눈 치우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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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 방모(38)씨는 "운전을 잘하는 일부 주민은 차량을 빼내는 데 성공했지만, 대부분 눈을 치우다 결국엔 차를 끌고 가기를 포기했다"며 "나 역시 회사에 연락해 연차를 냈다"고 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도로 곳곳이 마비되면서 광역버스의 도착시간 역시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경기남부 지역에서 통제 중인 도로 구간은 안양만안 주접지하차도 143m, 군포 금정고가 350m, 성남중원 이배재고개 1.2㎞, 분당 운중고개 2㎞, 안산상록 용신고가 100m, 의왕 오메기고개 1㎞, 제1순환선(평촌~안양터널) 3㎞ 등이다.
폭설에 붐비는 지하철 9호선
(서울=연합뉴스) 서울에 폭설이 내린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9호선 염창역이 출근길 인파로 붐비고 있다. 2024.11.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전철 운행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오전 7시 현재 수인분당선 양방향 열차가 지연 운행되고 있다.
이른 오전부터 선로 및 차량 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전동열차 등에 눈이 쌓여 제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고 코레일 측은 설명했다.
눈길 걷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틀 연속 폭설이 내린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4.11.28 jieunlee@yna.co.kr
◇ 대부분 지역 대설특보…재해대책본부 '비상 3단계' 가동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9시 기준 주요 지점 적설 현황은 용인 백암 47.5㎝, 군포 금정 42.4㎝, 안양 만안 40.7㎝ 등 40㎝를 넘어섰다.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는 대설특보가 발효 중이다.
구리, 이천, 여주, 오산, 화성, 성남, 평택, 하남, 안성, 과천, 시흥, 안양, 광명, 부천, 안산, 군포, 의왕, 수원, 용인, 광주, 양평 등 21개 시군에는 대설경보가, 김포, 가평, 고양, 의정부, 남양주 등 5개 시군에는 대설주의보가 각각 내려져 있다.
대설경보는 24시간 동안 눈이 20㎝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대설주의보는 같은 시간 눈이 5㎝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내려진다.
기상청은 서해상 눈구름의 영향으로 이날 밤까지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예상 적설량은 남부 5~10㎝, 많은 곳은 15㎝이며, 북부는 1~5㎝이다.
폭설 '출근길'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서울 한 도로에 차들이 붐비고 있다. 2024.11.27 cityboy@yna.co.kr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대응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해 대응하고 있다.
대설 대처와 관련한 비상 3단계 가동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비상 3단계는 근무 인원이 비상 2단계 25명에서 32명으로 확대되며 31개 시군에서도 1천376명이 상황 대응에 나선다.
제설작업에는 차량 2천129대, 기타장비 7천633대, 인력 2만6천777명을 투입했다.
경기도는 취약구조물 거주자를 대피시키고, 위험지역에 대한 예찰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난문자 발송 등의 홍보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출근시간 도로정체 및 교통사고에 대비해 사전 제설 작업을 하고 재난문자를 추가 발송할 것"이라며 "기상상황 모니터링 및 취약지역 중심 제설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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