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7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김다혜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열린 대법원 간부회의에서 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됐는지 등에 관해 상당한 의문이 제기됐었다고 6일 밝혔다.
천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계엄령 선포가 위법했다고 판단해 계엄사령부의 인력 파견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합뉴스는 전날 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가 대법원에 필요한 인원을 보내달라는 파견 요청을 했으나 대법원은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천 처장은 계엄령의 위법성에 관해 "앞으로 재판 사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판단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서 논의됐던 부분은 말씀드리겠다"면서 "헌법이나 계엄법, 포고령, 담화문, 그리고 판례에 비춰봤을 때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 중에 저희가 상당한 의문을 가진 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첫째, 사회 질서의 극도 교란으로 사법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볼 수 있는지, 둘째, 담화문에서 계엄 사유로 밝힌 것처럼 판사 겁박으로 사법 시스템이 마비됐다고 볼 수 있는지, 또 입법 독재로 인해 사법 시스템이 마비된 상태라 볼 수 있는지, 그 때문에 사법부 권능과 정상적인 작동을 정지·제한하는 비상조치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인지, 경찰력이 아닌 군 병력으로만 해소 가능한 비상사태인지, 그리고 국회 기능까지 제한한 것이 명문의 헌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어 "논의를 하던 중에 다행히 국회에서 해제 결의가 있었고 헌법에 따르면 해제 결의는 당연히 대통령이 수락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저희는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계엄사령부로부터 받은 법원사무관 파견 요청을 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매시간 벌어진 상황을 소개했다.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기구인 법원행정처가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당일 심야에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천 처장은 4일 오전 0시 50분께 회의에 참석했으며 0시 55분께 계엄사에서 법원행정처 안전관리실 담당자에게 전화해 사무관 파견 요청을 했으며 0시 56분께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안전관리관이 오전 1시 전후로 간부회의에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계엄사의 별도 공문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12시 47분께 국회에서 우원식 의장이 회의를 소집해 계엄 해제를 위한 회의가 시작된 상황이었고 행정처 간부들도 텔레비전으로 계엄 해제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임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천 처장은 "오전 1시에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로)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사실상 (대법원 간부) 회의가 끝난 셈이었다"며 "다만 혹시라도 이 일 때문에 불안을 느껴 정상적인 재판이 진행되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게시글을 만들기 위해 조금 더 남아있었을 뿐이고, 오전 2시가 지나서 귀가한 후 종료됐다"고 덧붙였다.
천 처장은 "국회를 침탈한 상황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란죄가 성립되는 범죄가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는 "그 부분이 저희들이 상당한 의문을 가졌던 점 중 하나"라면서도 "재판을 맡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해당한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다.
전 의원이 재차 "12·12 사태 때 국회를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국회의 권능을 행사 불가능하게 한 건 국헌문란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수괴로 형사처벌을 한 판례가 있는 것은 맞느냐"고 묻자 천 처장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방첩사령부와 협조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그럴 권한이 있느냐"고 묻는 데는 "저도 쉽게 답하기는 어려울 정도"라면서도 "제가 알기로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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