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공수처 수사의 우려스러운 부분을 짚어드렸지만,, 출석 요구는 거부하고, 지지자들에겐 끝까지 싸우겠단 편지를 보낸 윤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도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정치부 이채림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만 하루가 지났지만 윤 대통령의 편지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우선, 상당히 추운 날씨 속에 지지자들이 관저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에 인간적인 미안함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상할 수 있느니 돌아가시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 아녔죠. 오히려 '반드시 승리할 거다, 더 힘을 내자'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거 아니냔 해석이 나왔습니다.
[앵커]
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으로서도 시민들과의 충돌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 통합을 더 우선 순위에 두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보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일종의 여론전을 펴는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탄핵 국면에서도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는 자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앵커]
그래서 그런 걸까요. 국민의힘 지도부도 속내가 좀 복잡해 보이더군요.
[기자]
네,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앞서도 전해드렸지만 이 '자제'란 말에 대통령의 편지도 포함된 거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의미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인정했습니다. 분열을 초래한단 비판과 윤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핵심 지지층 모두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 지도부로선 윤 대통령 편지를 대놓고 옹호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낸 대목으로 봐야 할 겁니다. 대신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재판도 신속히 진행하라고 사법부에 촉구했는데,,, 사법리스크 부각으로 이 대표 역시 다음 선택지는 아니란 메시지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이 얘기도 해보죠. 정진석 비서실장이 잔류하기로 하면서 일단락은 됐지만, 최상목 권한대행을 둘러싼 여권의 불편한 속내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죠?
[기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본인 임기를 늘리고 싶었던 것' 이라거나, '정치 잔뼈가 굵은 정 실장 사표만 수리하고 국정을 주도하려던 거 아니냐'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지도부는 최 대행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최 대행을 흔든다 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일단 국정 안정에 힘을 보태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최 대행과 '경제 투톱' 역할을 하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 대행을 도와야 한다'며 힘을 실어주는 작심 발언을 한 것도 상당히 눈에 띕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대외 신뢰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정치 논리가 국정의 주요 판단 기준이었다면 경제 관료가 사실상 실권을 쥐고 있는 현 체제에선 경제 논리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유례없는 정치 위기 속에서 경제가 최우선 판단기준이 돼야한다, 맞는 얘기긴 한데, 최 대행이 맞닥드려야할 현실 정치가 그만큼 녹록할진 지켜봐야겠네요.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채림 기자(cr9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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