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에는 안동으로 가보겠습니다. 안동의 평화로웠던 마을들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산불이 턱밑까지 왔었던 하회마을은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세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불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경북 안동의 한 마을.
입구부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잿더미가 된 집들 사이로 꺼지지 않은 불이 살아 있습니다.
아직도 잔해 곳곳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고 불에 휩싸였던 집은 이렇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평생 살던 터전을 한순간에 잃었습니다.
[권윤자/경북 안동시 : 불이 양쪽에서 불이 막 벌겋게 올라오니깐… 평생을 땅만 일구시고 이 자리에서 그러셨는데.]
불길은 소박한 세간살이를 모두 집어 삼켰습니다.
생계가 달린 비닐하우스와 축사까지 가리지 않았습니다.
마을에는 화재 당시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주택 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골목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다른 마을도 찾아가 봤습니다.
봄과 함께 깨끗이 정비해 놓은 농기구가 모두 불에 타버렸습니다.
검게 그을린 철제 뼈대만 남았습니다.
[유춘길/경북 안동시 : 금년도 금방 써야 하는데 불에 타버리고 방앗간도 타버리고 어떡하면 될지 막막하다니깐…]
막무가내로 쳐들어온 불에 자기 몸 피하기도 버거웠습니다.
[권오익/경북 안동시 : 아무도 끄는 사람이 없어요. 그냥 버려두고 사람만 철수시키니까.]
주민과 대화하는 사이에도 긴급 재난 문자는 쉴 새 없이 울립니다.
하지만 혹시 남은 건 지킬 수 있을까 떠나지 못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60대 주민/ : 물 뿌린다고 (새벽) 3시까지 물 뿌리고… 집에 있었어요. 혹시 또 불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이미 집이 불타 갈 곳이 없어졌지만 아직 그곳의 화마는 무섭게 살아 있습니다.
[영상취재 장후원 / 영상편집 이지혜]
이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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