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불 발생 엿새 째인 경남 산청 곳곳은 그야말로 잿더미가 됐습니다.
차량도 사찰도 뼈대만 남은 상태인데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 보도 보시고, 시청자 여러분이 주신 제보 영상을 통해 피해 상황 더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헬기가 강물을 퍼 나르고 소방차는 도로에 멈춰 물을 쏩니다.
끄고 또 꺼도 다시 살아나는 불 때문입니다.
밀착카메라 취재 중에 이렇게 산속 깊숙한 곳에서 불이 솟아나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소방 관계자 : 지금 강풍이 불고 이러니까 재발화가 되는 거예요.]
경남 산청군은 오늘(26일)로 엿새 째 산불을 끄고 있습니다.
소방차 옆을 지키는 한 트럭.
아내는 호스를 끌고 남편은 불을 끕니다.
감나무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차에 물탱크를 싣고 진화작업을 돕는 겁니다.
[이향구/경남 산청군 주민 : 다 타서 재가 돼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땅 안에 밑불이 있는 거예요, 밑불이. 이렇게 재가 생기죠, 재가. 이게 올라오는 거죠. 바로 여기 1㎞ 위에 불이 났던 건데 확산이 다 됐잖아요. 내가 감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길을 날려보낸 거죠.]
바람을 타고 날아간 불.
최초 발화 지점에서 직선 거리로 5km쯤 떨어진 마을까지 덮쳤습니다.
중태마을 끝자락에 있는 집입니다.
불이 순식간에 집 전체를 덮치면서 삶의 흔적들을 모두 태웠습니다.
이 잔인한 화마는 가족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습니다.
[강현주/경남 산청군 주민 : 앨범이 이 정도 됐거든요. 가족사진이랑 앨범이 없어진 게 너무 슬프고. 한 번씩 (딸들이) 오면 앨범 꺼내서 '우리 이때는 이랬지' 웃고 깔깔거리고 했던 그게 없어졌다는 게 너무 슬퍼요.]
산불 당시 집 밖에 있던 강씨 부부.
불길이 마을 초입을 덮칠 때쯤 남편이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강현주/경남 산청군 주민 : 나한테 말 안 하고 집에 가서 개 구출한다고… 두 번이나 가서 전화도 안 받고. 제 남편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어요.]
집 안엔 반려견 6마리가 있었고 가까스로 모두 구조했습니다.
[강현주 씨 남편/경남 산청군 주민 : 집에 와보니까 연기가 몰아치고 개들도 놀라서 나한테 가까이 안 오더라고요. 얘네들을 싣고 가려고 쫓아다니는데 잡히지를 않아서 통사정을 했습니다, 오라고. 자기 개가 죽는 것처럼 공포스러운 게 어디 있습니까.]
마을 사찰도 다 타버리고 뼈대만 남았습니다.
기 불에 그을린 기왓장이 쌓였습니다.
소방 호스는 여러 갈래로 뒤엉키고 끊어졌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사찰 건물은 이렇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광진/성화사 주지 스님 : 골바람으로 휘감는데… 회오리의 폭풍 속에 있는 것마냥 불기둥 속에 있었어요. 이 자체로 지금 현실을 보면 절망이고 세상 다 버리고 싶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산청군에서만 13명의 사상자를 낸 산불.
취재 도중 안타까운 현장도 마주했습니다.
외공마을 산 중턱에 올라왔습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임도인데 이렇게 산속 곳곳이 완전히 불에 탔습니다.
그리고 임도 끝에 차량 한 대가 불에 탄 모습도 확인됩니다.
차 안은 뼈대만 남았고 타이어도 다 녹았습니다.
창녕군 산불진화차량입니다.
창녕군에서 파견된 공무원 1명과 진화대원 3명이 불을 끄다 희생된 바로 그 근처입니다.
[김한규/경남 산청군 주민 : 진짜 그거 생각만 하면 눈물 나요. 너무 안타깝고 너무 안 됐어요. 백번 강조를 해도 산에 가든 어딜 가든 담뱃불 조심해야 하고. 온 주민이 직감으로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산불은 대부분 실수 때문에 일어납니다.
'잠깐 괜찮겠지' 하는 부주의가 삶의 터전과 목숨까지 앗아가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겁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권현서]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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