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이스피싱의 대명사인 '김미영 팀장'이 3년 전 필리핀에서 붙잡혔는데, 이달 초 현지 교도소에서 탈옥했습니다. 사기를 벌인 조직 총책은 전직 경찰 박 모씨로 그동안 한국 송환이 계속 미뤄지던 중이었습니다.
최광일 PD입니다.
[기자]
'김미영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보이스피싱 일당을 이끌었던 박 모 씨, 9년간의 국제공조 수사 끝에 2021년 필리핀에서 검거됐습니다.
[장성수/경감 (검거 당시 담당) : 주요 국외 도피 사범이잖아요. 워낙에 또 중요하기도 하고 원조 보이스피싱 총책이다 보니까 꼭 잡고 싶었다.]
그런데 국내 송환을 기다리던 중, 박씨가 현지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혐의는 '인신매매'를 통한 성매매.
사실상 범죄를 만들어 송환을 지연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옵니다.
[이동활/대표 (필리핀 교민 보호 단체) : 필리핀 현지 내에서 사건 사고를 만드는 거죠. 성매매 같은 경우에는 미성년자라던가 이런 쪽에 쉽게 공범들 돈 몇 푼 주고 만들 수 있으니까…]
한국에 송환되면 중형을 피하기 힘들었던 박씨는 재판을 앞두고 현지 교도소에 이감됐습니다.
필리핀 현지 재판이 열리기까지 약 3년간 국내 송환이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지난 5월 초, 박씨가 교도소에서 탈옥한 겁니다.
박씨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으로 2008년 뇌물수수 혐의로 해임되었습니다.
2011년부터 보이스피싱 범죄자 3명과 손잡고 '김미영 팀장'으로 활동하며 본인이 검거하던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접 지휘했습니다.
대출해 준다는 문자를 무작위로 보낸 뒤 반응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겁니다.
알려진 피해 액만 약 80억 원, 범죄 추정 금액은 400억 원에 달합니다.
검거 당시, 박씨의 정보를 제보한 복수의 현지인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필리핀 제보자 : 이렇게 관리가 안 된다면 범죄자가 있더라도 제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 탈옥을 하고 누가 다시 제보를 하겠습니까? 많이 불안합니다.]
교민들은 해외 도피 사범 중 허위 고소로 장기간 소환을 지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탈옥까지 이어진 경우가 박 씨가 처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렸고, 외교부는 현지 경찰과 공조해 박씨를 검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광일 기자 , 김재식,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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