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으로 이혼을 한 뒤라도 '혼인무효' 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이혼을 이미 한 경우에는 혼인 상태가 해소됐기 때문에 무효소송을 낼 수 없었는데, 기존 대법원 판례가 40년 만에 깨졌습니다.
여현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04년 남편과 이혼한 A 씨는 "실질적 합의가 되지 않은 결혼이었다"며 남편을 상대로 혼인무효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혼인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정신 상태였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는 아예 소송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미 이혼 신고를 마쳐 혼인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 실익이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 씨처럼 혼인무효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면, 이혼 후라도 무효 확인을 구할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혼 후에는 혼인무효를 구할 수 없다는 40년 전 대법원 판례도 깨졌습니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를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되는데,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수단일 수 있다"며 사후에도 실익이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민법 815조에 따라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었거나 근친혼일 경우 등에만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습니다.
A 씨 사건은 1심 법원으로 돌아가 다시 혼인 무효에 해당하는 사유가 맞는지 다툴 예정입니다.
대법원은 "이번 선고는 관련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권리 구제 방법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선고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첫 번째 전원합의체 판결이기도 합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황지영)
여현교 기자 yh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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