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넌 배알도 없냐? 뺨까지 맞았다는 놈이…"
"몸종이잖아요."
'배알'은 창자를 가리킵니다. 속마음, 배짱을 상징합니다. 자존심도 없이 굽신대는 사람을 '배알도 없다'고 하지요.
멸치는, 까맣게 말라붙은 창자가 배설물 취급을 당합니다. 그래도 인간 창자보다 낫다고 소리칩니다.
'배알도 없이 뭐만 그득한 세상을 향하여 등뼈 곧추세우며, 누누 천년 지켜온 배알이다.'
한자말 '배알(拜謁)'도 있습니다. 음은 같지만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게도 그렇습니다. 창자가 비었다고 '무장공자(無腸公子)'라고 부르지요. 처신을 삼갈 줄 모르고 게걸음만 한다는 뜻입니다.
'횡행개사(橫行介士)'라는 별명은 정반대입니다. 김홍도가 게 그림에 '용왕님 앞에서도 옆 걸음 친다'고 썼듯 '지조 있는 무사'를 뜻합니다. 줏대와 복종은 한 끗 차이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조사가 남긴 불씨가 사방으로 튀고 있습니다. 이원석 총장이 "제3의 장소 조사는,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을 어겼다"며 사과했습니다.
이 총장은 제3의 장소, 비공개 소환에 반대해 왔습니다. 민심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겁니다. 경호가 걱정스러웠다곤 해도 보다 떳떳한 조사가 아쉽습니다.
심상치 않은 게 '검찰총장 패싱' 입니다. 중앙지검은 장소를 조율해 조사 끝날 무렵에야 보고했습니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부인 조사가 총장을 제쳐두고 이뤄진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습니까.
중앙지검은 윤석열 총장 시절 박탈당한 도이치모터스 사건 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법무장관은 왜 이 총장이 거듭 요청한 지휘권 회복을 미뤄온 걸까요.
엄정한 명품 백 수사를 지시하던 이 총장을 배제한 채, 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라인을 물갈이한 인사도 돌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 여사 조사는 만시지탄인 데다 불도 제대로 끄지 못했습니다. 불씨가 일으킨 잔불이 뒷불로 살아나 온 산에 번지는 예가 적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이 총장의 가방 고리에 달린 다섯 가지 도리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눈길을 붙잡습니다.
7월 22일 앵커칼럼 오늘 '검찰의 배알과 줏대'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