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도에 달하는 뙤약볕.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몸풀기를 시작합니다.
그늘에 가지런히 놓인 건 야구방망이와 글러브.
손때가 잔뜩 묻은 낡은 야구글러브의 주인공은 바로, 교토국제고 야구선수들입니다.
여느 일본의 고등학교 같아 보이지만 이곳은 태극기가 펄럭이는 한국계 민족학교입니다.
교토에 정착한 재일동포들의 힘으로 1947년에 세워진 곳입니다.
지난 3일 교토국제고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일본 고교 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고시엔 경기에 선수들이 2년 만에 출전하게 되자 재일동포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승리를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마이 슈스케/보호자회 회장]
"반드시 베스트 4를 넘어 우승을 목표로 힘내주기를 바랍니다."
고시엔 경기는 일본 4000개 학교 중 상위 1% 안에 드는 곳만 출전할 수 있는데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 출전은 벌써 세 번째입니다.
교토국제고 학생 130여 명 중 60여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야구로 전국 제패를 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한국어로 된 교가를 학생들이 힘차게 부릅니다.
한때는 한국어 교가로, 혐한 발언이 담긴 전화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백승환 교장]
"학교 주변을 열바퀴 스무바퀴 돌면서 눈물나도록, 고시엔 한번 나가서 교가를 또 한번 들려드리겠다는…"
아랑곳 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온 선수들은 다부진 모습입니다.
[후지모토/주장]
"우리 학교는 일본인, 한국인도 응원해주니까 정말 기쁩니다. 한국인분들에게도 용기 드릴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시엔 정상을 향한 교토국제고의 도전이 이어지면서 고시엔 구장엔 한국어 교가가 계속 울려 퍼져나갈 예정입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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