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시내 전경
(베이루트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시내 전경. 2024.8.4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최근 잇따른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자 레바논에선 자국이 전쟁터가 될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긴장 완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전쟁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폭풍 전 고요' 같은 현실에 많은 레바논인이 절망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전했다.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동조해 미사일과 로켓 등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며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왔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발포와 응사를 거듭하던 양측의 충돌은 지금껏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었지만,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표적 공습에 숨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그 이튿날에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의 뒷배 역할을 해 온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일인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에 헤즈볼라와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올해 4월 있었던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처럼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전면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이미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즉시 레바논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레바논 전역에는 폭격 맞은 빌딩 모습과 함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레바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글이 적인 옥외 광고판이 세워졌다.
헤즈볼라가 로켓을 발사한 당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대의 모습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베이루트 주변 산악지대에선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피난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건물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질타와 헤즈볼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헤즈볼라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레바논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일개 정파인 헤즈볼라가 아니라 레바논 정부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바논 국민 대다수가 가자지구에서 죽어가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민을 지닌 것이 사실이지만, 헤즈볼라가 가자전쟁에 개입한 탓에 레바논이 감내해야 할 대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만, 17만∼47만명으로 추산되는 레바논 거주 팔레스타인 난민 사회 등을 중심으로는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모습도 목격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베이루트 인근 샤틸라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 있는 주민들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보복이 어서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2일 이곳에서 열린 하니예 추모 행사에 참석한 와파 이사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전쟁의 확대를 환영할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보복하길 원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자신과 아들도 레바논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와 함께 싸워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알아크사 순교자여단의 지도자 무니르 알미크다 소장은 "이스라엘과의 어떤 대결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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