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드민턴협회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체육단체, 수상스키협회에서도 내부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협회 사무처장이 대한체육회에서 내려온 돈을 빼돌린 건데, 그런데도 체육회는 아무 징계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광일 PD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상스키 선수가 점프대에서 뛰어오릅니다.
지난 2022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아시아 수상스키 선수권대회입니다.
당시 대한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협회는 점프대 설치비 명목으로 대한체육회로부터 550만원을 받았습니다.
추진한 건 당시 협회 사무처장 전모 씨였습니다.
[윤종암/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 부회장 : 본인들은 정확하게 집행을 했다고 하는데 이미 거기는 시설들이 다 돼 있어요.]
하지만 사실, 스키대는 이미 10년 전쯤 만든 것으로 설치비는 전씨가 챙겼습니다.
나중에 전씨는 이렇게 받은 설치비를 협회 업무에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협회에서 30여 년을 일한 전씨는 대부분 업무에 관여할 수 있었습니다.
[윤종암/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 부회장 : 조금 강압적인 면들이 있어서 우리 밑에 직원들하고도 계속 부딪히고 저보다도 선배니까 그분이…]
대한체육회가 지원한 기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전씨는 법인 안정화 기금 등 약 15억 원을 자신의 개인연금보험에 넣으라 지시했습니다.
당시 1금융권보다 이자가 높았다는 이유였는데, 피보험자는 본인이었습니다.
[윤종암/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 부회장 : (지침에는) 제1금융권에 넣어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가지고 협회 운영 자금으로 쓰도록 돼 있으니까…]
협회가 뒤늦게 문제를 발견해 보험을 해지했는데 원금 1700만원을 손해 봤습니다.
전씨는 당시 협회장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전모 씨/전 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 사무처장 : (당시) 회장님이 부산에 계시고 그러기 때문에 구두로 해서 다 보고를 받고 그랬기 때문에 그게 옮겨지는 거지 제가 마음대로 옮기는 거 아니고…]
하지만 당시 회장 말은 달랐습니다.
[장인화/전 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장 : 내가 쓸데없이 일을 만들겠습니까? 굳이 그냥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전씨가 쓰던 업무용 PC에서 다수의 아동 성 착취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씨는 지인으로부터 받기만 했을 뿐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전모 씨/전 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 사무처장 : 누르면은 그게 저장이 되더라고요. 보니까. 근데 저는 컴퓨터를 못 하니까 지우는 걸 몰라요.]
전씨를 파면시킨 수상스키협회는 대한체육회 차원의 징계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징계를 요청받은 적이 없고 본인이 사임계를 내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씨는 지난달 대한체육회의 파리올림픽 선수단 귀국 환영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12일, 수상스키협회 전 간부가 법인 기금을 개인연금보험에 넣은 황당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이 한 종목만 이렇게 관리가 안 되는 걸까요. 대한체육회 자료를 받아 보니, 기초적인 덧셈 뺄셈이 틀리는 등 관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최광일 PD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대한체육회가 국회에 제출한 49개 종목 단체 법인화 기금과 경기력 지원비 적립금 관리 내역입니다.
체육회가 각 종목 단체에 지원하는 돈으로 1300억 원에 달하는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준 거라 결국 국민 세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곳곳에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소프트볼협회의 경우 2020년부터 2022년, 2024년엔 아예 내역이 빠져 있고 2023년에는 두 번 들어가 있습니다.
종목 단체들이 해마다 대한체육회에 기금을 어떻게 관리해 왔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여기도 엉망진창입니다.
대한수영연맹은 지난해 기금에서 쓴 돈을 빼지 않아 최종 금액이 달라졌습니다.
아예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적어놓은 협회도 있습니다.
[김승수/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 : 오류가 있는 자료에 대해서 왜 이게 지금 틀렸느냐 지적을 하면 본인들도 모르겠다 하는 그런 황당한 답변이 오는 것 자체가 체계적인 회계 관리 시스템이라든지 내외부 통제 시스템이 진짜 제대로 구축이 안 되고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고…]
대한체육회는 담당 직원이 한 명에 불과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앞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VJ 이지환 허재훈 / 영상디자인 정수임]
최광일 기자 ,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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