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응급 상황에 받아주는 병원을 찾을 때까지 응급실 뺑뺑이를 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방청장이 전국 소방대원들에게 언론 접촉을 자제하라고 지시해 논란입니다.
왜 이런 지시가 나온 걸까요?
응급실 뺑뺑이의 현실을 언론에 알린 구급대원이 문제라는 걸까요?
유서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그제(13일) 열린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전국 지휘관 회의'에서 허석곤 소방청장이 지시한 내용입니다.
일부 대원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을 밝히고 있어 국민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며, 언론 접촉이 필요하면 반드시 소방관서장에게 보고하라고 돼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 등 영상 촬영으로 응급환자의 이송에 지장을 초래하면 안 된다, 소방활동 중 취득한 영상, 음성 유출은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사실상 지시 전체가 언론 대응을 자제하라는 내용입니다.
회의 전날 내려온 내부 공문에서는 언론 대응 관련 부적정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사실관계를 조사해 조치하겠다며 징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병원 거부로 위급한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채 발만 동동 구르는 현장 구급대원들의 사연이 최근 잇달아 보도되자 이를 의식한 걸로 보입니다.
[구급대원 - A 병원 관계자 (음성변조), 20204년 8월 30일 MBC뉴스데스크]
"〈구토 복통 설사 오한 증상 있는데 이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하고요, 피버(열)가 40도예요.〉 2차 병원 알아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2차 병원이요? 의식이 처지고 40도인데요. 열이.〉 근데 이 정도 가지고는 저희 응급실은 진료가 어렵다고 하셔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입틀막'이 비상 응급 대책이냐"며 반발했습니다.
[김수룡/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변인]
"가장 황당한 것은 '언론 접촉 시 관서장에게 보고하라'는 것인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현실과는 좀 다른 내용이 오히려 언론을 통해서 나갈 수도 있는 거죠."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
"〈국민들이 죽어나가잖아요.〉 그거는 가짜뉴스입니다. 가짜뉴스예요. 죽어나가요? 어디에 죽어나갑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을 모욕하는 겁니다."
응급실 뺑뺑이는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올해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응급 환자가 병원 도착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린 사례는 지난해보다 22% 늘었습니다.
특히 서울은 83%, 대전은 185%나 급증했습니다.
MBC는 소방청에 언론 접촉 자제 외에 다른 비상 응급 대책이 무엇인지, 왜 전국 지휘관 회의 당부 사항에 담지 않았는지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이원석 / 영상편집: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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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원석 / 영상편집: 김민지
유서영 기자(rsy@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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