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왜] "친일이 욕이 아닌 세상"…역사왜곡, 왜 계속되나

2024.09.17 방영 조회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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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수백명을 잡아 고문하고 심지어 죽인 친일 경찰 노덕술. 일제에 군용항공기를 헌납한 박흥식, 조선 왕족임에도 일본 귀족이 된 이기용. 이들은 모두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을 위해 출범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반민특위에 체포됐지만 금세 풀려났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75년 전인, 1949년 제대로 조사를 해보기도 전에 반민특위를 사실상 해체시킨 뒤 벌어진 일입니다. 반민특위가 조사한 친일 관련 사건 688건 가운데 38건, 0.6%만이 재판 종결됐습니다. 반민특위 후손들은 이때부터 역사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노시행/노일환 반민특위 특별검찰부 차장의 아들] "친일의 잔재가 36년 동안 일상생활같이 돼버렸어요. '친일' 그러면 그게 욕이 아니라고 인식할 정도로. 기득권 세력들이니까." 이들은 반민특위 해체 후 다시 득세한 친일 세력들이 오히려 반민특위 구성원들과 그 가족들을 빨갱이로 몰았다고 했습니다. [김진원/김옥주 반민특위법 발의 제헌 의원의 아들] "저와 제 모친은 경찰서에 가서 겨울에 한 달 정도 잡혀 있었습니다. 사상이 의심되면 재판도 없이 바로 사형시키고. 공산당이라는 것을 붙이니까 친구도 없고, 시아버지나 친정아버지도 연락을 안 하고…." 주변 사람들이 피하고, 가족들까지 엮이다 보니 반민특위에 참가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게 됐습니다. [김홍현/김만철 반민특위 특경대원의 손녀] "빨갱이라는 오명을 써서 후손들에게 해가 미칠까 봐 한마디 언급도 안 하시고 그렇게 한평생을 살다가…." 가족들은 연좌제로 고통 속에 살다가 40년이 지난 뒤에야 독립운동을 인정받았습니다. 건국훈장을 받았지만 친일파가 씌운 '빨갱이 집안'의 굴레는 남았습니다. [김정륙/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김상덕의 아들] "(건국훈장) 서훈을 받으면서 스스로 연좌제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한 거지. 우리한테 고지한 사실도 없고… 그 뒤에도 계속 음지에 숨어 살아왔어요." 반면 고위공직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 발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형석/독립기념관장(지난해 11월, 시민단체 창립식)] "국가가 생기려면 제일 기본이 되는 게 영토와 국민과 주권, 우리가 그걸 일본에 다 빼앗겨 버렸잖아요. (임시정부 계승은) 상식 있는 사람이 볼 때는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이야기인데…." [김문수/고용노동부 장관(지난달 26일, 인사청문회)] (우리 선조들이 전부 다 일본 국적이었다고요?) "일제시대 때 그러면 우리나라 국적이 전부 한국입니까. 상식적인 얘기를 해야지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시면 안 되죠."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지난 7월, 인사청문회)] (위안부에 대해서 후보자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강제입니까 아니면 자발적입니까.)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급기야 '친일인사 공직임명방지법'이 발의됐습니다. 대표 발의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의원입니다. [김용만/의원(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 "김형석 관장뿐만이 아니고, 2022년 9월부터 국가교육위원장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던, 국정교과서에도 참여하고자 했던 이배용 이화여대 전 총장이 임명됐죠. 그 이후에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도 그렇고,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도 그렇고요." 다만 사상 검증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선 '여야가 합의해 지정한 친일행위'만이라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용만/의원(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 "과거에 수많은 친일 관련된 법안들이 통과가 안 됐지만 2003년에 '친일반민족행위자진상규명 특별법'이라는 게 여야 합의를 통해서 통과됐습니다. 거기엔 20가지의 친일 행위들이 명시가 돼 있습니다. 그 20가지의 여야 합의된 법안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연좌제로 고통받았던 반민특위의 자손들은 이번에도 법 통과가 어려울 거라고 했습니다. [김진원/김옥주 반민특위법 발의 제헌 의원의 아들] "(법안에) 굉장히 제가 아주 공감을 하고 찬성을 하지만 성공하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75년 전, 친일 경찰 수십 명이 반민특위를 습격해 친일 행적을 파헤치기 위해 모아왔던 증거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린 뒤부터 신분을 숨기고, 도둑 참배를 해왔던 반민특위 후손들의 마음은 분노에서 억울함으로, 억울함에서 체념으로 수십 년 동안 풍화돼버렸다는 겁니다. 백범의 증손자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용만/의원(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 "더더욱 그분들께서 그렇게 느끼실 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 1948년 8월 15일에 정부가 수립하고 이승만이라는 초대 대통령이 수많은 친일파를 등용해서 시작한 정부입니다. 예를 들어 효창원에 지금 우리 삼의사 묘역도 있고, 임정 묘역도 있고 백범 묘역도 있죠. 거기에 참배를 하러 가게 되면 정부 사람들이 나와서 이름을 적어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무서운 정부 요인들을 피해서 참배하고 싶어서 만들어진 단어가 '도둑 참배'입니다. 몰래 가서 참배해야만 했던 시대였던 것이고요." JTBC 유선의입니다. 영상취재 : 반일훈 영상편집 : 유형도 영상디자인 : 김관후 유선의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JTBC 2024091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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