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나온 '반전'의 여론조사 결과에 초조해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남성 유권자 지지에 사활을 걸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실에 불만이 많은 젊은 남성의 표를 얻는 데 정치적 미래를 걸고 있다며, 거친 언사를 내뱉거나 마초(남성 우월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미 대선은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확연히 엇갈리는 양상이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권 대 반(反)낙태권' 구도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이날 발표된 NBC 여론 조사를 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남성들 사이에서 18%포인트(P),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여성들 사이에서 16%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IOP)가 18∼29세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17%P 앞섰다.
그러나 아직 투표 여부를 정하지 못한 18∼29세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1%P 높았다. 이들의 지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 젊은 남성 유권자들에게 구애하기 위해 남성 우월적이거나 폭력적이고 거친 표현을 동원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한 성폭력 등 강력 범죄 문제를 거론하면서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성의 의사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날도 그는 유세 중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방탄유리 패널을 가리키면서 "누군가가 나를 (총으로) 맞히려다 (연단 앞쪽에서 취재하는) 가짜뉴스(기자)를 거쳐 가도록 총을 쏴야 하는데, 나는 크게 신경 안 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에는 뉴저지에서 이종격투기(UFC) 경기를 관람했고, 지난달에는 젊은 남성이 즐겨 듣는 팟캐스트 운영자 조 로건과도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달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유세에는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UFC 대표 다나 화이트 등이 참석, 마초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WSJ은 당시 유세가 지나치게 남성적 수사와 이미지에 치중했으며,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도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 부통령(좌)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WSJ은 지난 몇 달간 미 전역에서인터뷰한 젊은 남성 수십명 중 일부가 오늘날 민주당에선 자신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으로 잘못된 접근 방식에 끌린다는 남성들도 있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주식 투자에서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거나, 불법 이민을 단속하겠다는 그의 공약이 마음에 든다는 이들도 다수였다.
밀워키 주의 체육 교사인 루크 메이헥(25)은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마음을 바꿨다며 "대부분 남성이 트럼프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겨냥한 젊은 남성들의 투표율이 다른 인구 집단보다도 특히 낮다는 점이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 남성들은 기성세대나 젊은 여성들보다 정치와 단절될 가능성이 높고, 국가 제도에 점점 더 환멸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 대선 투표에서 18∼24세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는데, 이 중에서도 남성의 투표율이 여성보다 낮았다.
게다가 남성 유권자에만 집중하는 같은 전략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두 후보 간의 격차를 더 벌릴 위험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IOP의 존 델라 볼프 여론조사 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보다 젊은 남성의 표를 5∼7%P 더 얻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 젊은 남성들은 정치에 불만을 갖고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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