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풍향계] 'AI 리더십 과시' 최태원…'끝없는 위기' 김범수
[앵커]
한 주간 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동향을 살펴보는 시간이죠.
'CEO 풍항계'입니다.
이번 주 주목을 받은 CEO는 누구일까요.
또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요.
성승환, 김주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첫 번째로 살펴볼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입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를 발판 삼아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바로 'SK AI 서밋'에서였는데요.
이날 최 회장은 시종일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기조 연설에서도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들어보시죠.
"하이닉스는 좀 바빠집니다, 그것 때문에. 물론 즐거운 비명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바빠진다, 즐거운 비명이다, 무슨 뜻일까요?
AI 가속기 시장의 80~9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서 갈수록 일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엔비디아 뿐 아니라 대만 TSMC CEO의 영상 메시지도 공개하면서 AI 시장에서의 입지를 과시했습니다.
경쟁자 삼성전자가 비공개 AI 포럼을 진행한 것과 사뭇 대비되죠.
최 회장은 직접 SK하이닉스의 최신 기술 개발 사실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과연 SK가 부동의 AI 반도체 시장 왕좌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주목한 두 번째 CEO, 카카오 창업자죠.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입니다.
최근 구속 3개월 만에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면서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위기는 끝없이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검찰이 보석 닷새 만에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콜 몰아주기 등 여러 의혹과 관련해 약 1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는 또 다른 의혹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위 증권선물거래위원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3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보석 결정 역시, 검찰이 항고하면서 재구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말 그대로 계속해서 수많은 리스크가 고구마 줄기처럼 연이어 터지고 있는 겁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카카오페이가 542억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무더기 제공했다가 적발되는 등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역시 당면한 악재 가운데 하나입니다.
과연 김 위원장이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난맥상으로 얽혀있는 위기를 타개할 오너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대표작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창업자, 김택진 공동대표입니다.
이미 오래전 얘기가 됐습니다만, 한때 리니지 게이머들 사이에서 '택진이형'이라고 불릴 만큼 사랑을 받았죠.
하지만, 이제는 회사 자체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엔씨는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만큼 실적 악화가 심각한 상황인데요.
김 대표는 최근 전 직원에 보낸 메일에서 "경영진 모두 책임감을 통감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위기 탈출을 위한 '체질 개선'을 선언하고 과도한 영업 비용을 줄여 건강한 재무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고요.
또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내부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프로젝트는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게이머들은 엔씨소프트가 과도하게 과금을 유도하는 비슷비슷한 게임만 '찍어낸다' 이런 비판을 해왔는데요.
다양한 장르와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로 국내 1등 게임사 자리를 되찾겠다고 밝힌 만큼 약속을 지킬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섭 KT 대표는 네트워크 운용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KT는 네트워크 운용 자회사를 세우면서 본사 직원 중 회사를 옮길 전출 직원을 모집하는 동시에 희망퇴직자도 함께 받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KT 엔터프라이즈 고위 임원이 전출 대상 직원을 상대로 연 설명회에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멸감과 자괴감이 있고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발언을 해 큰 논란이 됐습니다.
김 대표는 사내 방송을 통해 진행한 대담에서 "최근 회자된 불미스러운 사례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는데요.
그러면서 "현장 인력의 70%가량이 50대 이상의 고임금자"라며 인력 구조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번 전출과 퇴직으로 4,500여명이 KT 본사를 떠나게 됐는데, 민영화 결정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지 주목됩니다.
이번 주 CEO풍향계는 유독 어두운 소식이 많았습니다.
지갑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우리 국민들처럼 '실적 부진'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기업들도 경기 침체가 힘겹게 느껴지긴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그런 위기를 이겨내고 반등의 기회로 잘 살리는 것이 CEO에게 주어진 숙명일 겁니다.
사업구조 재편에 구조조정, 인력 재배치 등 꺼내든 카드가 실적 빨간불을 파란불, 즉 청신호로 바꿀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CEO풍향계였습니다.
성승환 기자 (ssh82@yna.co.kr)
김주영 기자 (ju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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