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의 한 대학 캠퍼스 한복판에서 난데없는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사회학과'를 사실상 없애는 결정에 반발한 학생들이 연 건데요.
기초학문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속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화꽃을 손에 쥔 앳된 학생들이 줄지어 추모 공간으로 향합니다.
영정 속 고인의 이름은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마련된 '학과 장례식'입니다.
폐과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비판의 뜻을 전하려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낸 겁니다.
[유혜림 / 대구대 사회학과 재학생 : 제가 졸업할 학과가 없어진다고 하니까, 당혹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제가 지금 학생회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달을 해줘야 할지….]
대구대는 내년부터 사회학과를 비롯한 6개 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정원 감축과 학제 개편 등 대학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이른바 '한계 학과'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학과 구성원들은 대학 교육의 핵심인 기초학문이 이렇게 사라져선 안 된다고 비판합니다.
이미 국어국문학과 등 주요 학과들이 사라졌고, 사실상 직업 양성소로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박정호 /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 대학 교육의 시장화, 혹은 상품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기초학문의 교육적 성과가 당장 시장에서 드러나고 입증되지 않으면 그런 학문을 소외시키거나 대학 밖으로 내모는….]
이런 비판에도, 지방대 위기가 심각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신재 / 대구대 교무처장 : 참 안타까운 마음이 있긴 합니다. 사회학과 같은 기초학문이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선택, 학생들의 수요에 맞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대학 측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모집 중단 학과에 남은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진 수업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심각해진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으로 전국 대부분 지방대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슴 아픈 현실을 재치있게 승화시킨 대학생들의 모습이 씁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YTN 김근우 (gnukim052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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