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들이 1년 넘게 아버지 시신을 냉동고에 숨긴 사건과 관련해 YTN이 연속 보도해 드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 사망 사실을 숨지고 부친의 이혼소송을 진행한 사실까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회부 신귀혜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아버지가 숨진 상태에서도 이혼 소송이 진행됐다는 게 충격적인데요?
[기자]
사망한 아버지가 생전에 배우자이자 A 씨의 의붓어머니인 B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사망 당시에도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 2022년 아버지가 B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뒤, B 씨도 재산을 분할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습니다.
B 씨가 분할을 청구한 재산은 33억 원이었는데, 당시 A 씨의 전체 재산은 69억 원 정도였던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재산을 나눠달라는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혼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항소심을 거쳐서 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 대법원은 지난 4월 1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지난해 9월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혼소송 항소심도 이때쯤 시작된 만큼 사실상 반년 넘게 시신을 상대로 이혼 소송이 진행된 겁니다.
남편과 이혼 소송을 하고 있었던 B 씨는 남편이 사망한 채 냉동고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다른 가족들에게 전해 들었다면서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특히, 이혼 소송 중에 아들 A 씨가 아버지와의 만남을 주선한다고 했다가 수차례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B 씨 / A 씨 의붓어머니 : 2심은 (지난해) 9월, 10월 그때 재판 날짜가 잡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아버지 만나게 해준다고 하고, 3번 약속을 했는데 다 바람맞았어요.]
[앵커]
아들은 아버지가 숨진 뒤에서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부친의 이혼 소송을 계속 진행했다는 건데요, 어떤 배경이 있는 걸로 추정되나요?
[기자]
앞서 아버지 시신을 냉동고에 숨겼다며 자수했을 때 아들 A 씨는 재산문제 때문에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바로 밝힐 수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는데요.
당시 진행 중이던 아버지의 이혼 소송이 연관된 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민법에 따르면 법률상 배우자는 자녀보다 1,5배 많은 유산을 상속받습니다.
하지만 이혼한 경우라면 아들인 A 씨가 69억 정도로 추정되는 유산 대부분을 상속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아버지의 시신을 숨기고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데 영향을 미친 거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시신을 상대로 판결이 확정된 초유의 사태인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기자]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행 가사소송 제도에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7조에 본인출석주의가 규정돼 있지만,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소송대리인, 즉 변호사가 출석하면 재판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리인의 역할이 일단 중요했던 건데, 아버지를 대리했던 변호사는 취재진이 연락할 때까지 자기 의뢰인이 사망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앵커]
대법원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냉동고 시신 이혼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당사자의 사망을 모른 채 판결이 확정된 게 맞다며 재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오늘(11일) 입장문을 내고 항소심 단계에서 소송 당사자가 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법원이 직권으로 판결 효력을 없앨 수는 없고 배우자가 재심을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판결선고 때 당사자가 반드시 나오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현행 가사소송법에 따라 반드시 본인이 출석해야 이혼소송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생존을 일일이 확인할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신귀혜 (shinkh06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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