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완충지대 내 이스라엘군
(AF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용차량이 시리아 접경지 완충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2024.12.10 dk@yna.co.kr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반군 승리로 정치적 공백이 생긴 시리아로 이스라엘이 군을 투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반군 승리 사흘째인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전차부대 등 이스라엘 지상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남쪽으로 불과 약 20㎞ 떨어진 카타나 지역까지 침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라엘 내각이 방어 목적으로 국경지대 점령지 골란고원 넘어 시리아 영토 내 유엔이 설정한 완충지대에 군을 배치한다고 설명한 것보다 훨씬 나아간 움직임이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정권이 남긴 화학무기, 장거리미사일, 로켓 등 전략무기를 노린다며 연일 시리아를 강도높게 공습하고 있기도 하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지난 8일 이후 이스라엘군이 시리아를 300여회 공습했다고 집계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신속하고 과감하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일단 숙적 이란의 대리세력 '저항의 축'과 맞선 북부 국경지대의 안보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은 지난 13년간 내전 국면에서 이란의 군사,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도 밀접한 관계다.
따라서 붕괴한 시리아 정권의 잔존 위협을 제거하겠다며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스라엘로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이다. 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1974년 휴전했을 뿐 전쟁 중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또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합병한 북부 점령지 골란고원의 영유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애초 시리아 영토였던 이곳을 실효적으로 지배해왔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은 받지 못하는 상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부패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2024.12.10 dk@yna.co.kr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알아사드 정권의 시리아를 두고 "이란 테러의 전초기지였다"고 맹비난하며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과 분리할 수 없는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부근까지 진군시킨 것은 자국 안보를 위한 자위적 조치를 넘어 시리아 반군이나 친이란 무장세력과 추가적인 충돌을 야기하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미 유엔은 완충지대 진입을 놓고서도 "1974년 협정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고, 이웃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도 규탄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선을 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네타냐후 총리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자국의 비난 여론을 18년만의 레바논 지상전 돌입, 이란 본토 공습 등 전선을 확대하는 강경한 전쟁 수행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 돌입 후 가자지구에서도 휴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지며 전쟁 동력이 갈수록 약해졌다.
게다가 네타냐후 총리를 겨눈 부패 혐의 재판과 총리실의 전쟁 관련 기밀유출 의혹 수사 등으로 그의 입지도 갈수록 불안정해졌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시리아 사태 전개에서 전시상황과 얽힌 자신의 정치생명을 이어갈 기회를 포착했을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회견에서 "나는 전쟁을 조기에 끝내라는 압력에 맞서왔다"며 "완전한 승리까지 전쟁 목표를 고수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고려하면 그가 이끄는 이스라엘 내각은 앞으로도 군사행동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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