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동훈 대표가 결국 사퇴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고 또 지키는데 앞장섰던 친윤계 스스로, 8년 만에 다시 마주한 탄핵 사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다시 당 주도권을 쥐게 된 친윤계가 민심에 잘 반응해 나갈 수 있을 지, 정치부 이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오늘 한동훈 대표 사퇴 회견, 어떻게 봤습니까?
[기자]
저도 그 현장에 있었는데요. 탄핵소추의 책임을 지고 사실상 쫓겨나는 상황이었지만, 한 대표 입장에선 최선의 마무리에 신경을 쓴 듯 합니다. 계엄의 불법성은 단호히 짚었지만 윤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고요. 화살도 당 내부로 돌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한 대표가 떠나는 길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도 남겼던데,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다시 돌아오겠단 의미일까요?
[기자]
친한계에선 시간이 지나면 결국 여론이 한 대표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헌재 탄핵심판이 진행 될수록, 계엄을 막고 탄핵에 찬성했던 한 대표에게 차기 대권주자로서 소구력이 생길 거란 겁니다. 하지만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이 상당한 큰 멍에로 작용하는 보수 정당에서 한 대표가 최근 며칠 사이 의원들이 보여준 비토 정서를 극복할 수 있을진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앵커]
그래서일까요. 탄핵안 가결 뒤 당내에선 찬성 표결을 했던 의원들을 색출해야 한단 주장까지 나왔다고요?
[기자]
지난 토요일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열렸던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의원 여러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 지를 한명씩 일어나서 공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탄핵 반대' 당론에 따르지 않은 의원들을 색출하려는 시도에 일부 친한계 의원들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합니다.
[앵커]
핵심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봐야할 듯 한데, 그런데, 친윤계 의원들도 계엄 선포는 잘못됐다고 주장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색출작업까지 언급했다는 건 자칫, 계엄 선포 자체를 옹호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습니다. 비단 중도층 뿐 아니라 당심 이탈까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지난 3일 계엄선포 이후 국민의힘 탈당자는 앞서 한달간 103명 수준에서 645명으로 6.3배 가량 늘었습니다. 특히 탈당 당원이 가장 많았던 지난 9일과 10일은 '탄핵 부결' 당론을 정하고 탄핵안 투표에 불참한 직후였습니다. 탄핵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윤상현 의원도 "탄핵 찬성 투표자를 부역자로 낙인찍는 건 보수 가치와 어긋난다"며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여당이 탄핵 찬반을 놓고 다투기엔 정국 상황이 상당히 엄혹하잖아요. 그동안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에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왔지만, 지금은 그것도 제한된 상황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한덕수 권한대행은 아무래도 거부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쓰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피의자 신분인 한 대행의 탄핵소추도 민주당으로선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입니다. 특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가 진행될 경우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죠.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며 입법권에 대한 견제 장치도 사실상 사라진 셈인데, 다만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민주당 역시, 이전 같은 일방적 독주 행보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앵커]
어찌됐건 상당부분 민주당의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여당으로선 거대 야당을 상대하려면 일단 내부부터 정상화시켜야 할 것 같네요.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태희 기자(go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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